전통무대로 마련한 중요무형문화재 남해안 별신굿이 울산시의 비협조로 공연도중 중단되고 김덕수사물놀이패의 공연이 취소되는 등 월드컵 문화행사가 차질을 빚어 관람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3일 오후 1시45분에 문수경기장 호반광장 월드컵플라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해안 별신굿 공연팀은 문화행사를 대행하고 있는 KBS아트비전측이 연주단에게 마이크를 설치해 주지 않은데다 무대를 제대로 비워주지 않았을 뿐아니라 공연도중 분수를 켜는 바람에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예정시간을 30분이나 단축해 중단하고 말았다.

 남해안별신굿 기능보유자 정영만씨는 "수많은 공연을 해 왔지만 다음 공연 때문에 마이크를 설치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양악기가 즐비하게 나열돼 있는 무대에서 제삿상 차려놓고 한복을 입고 제례를 올린다고 해서 의미가 전달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해안 별신굿 공연단은 아쟁, 해금, 대금, 대금, 징, 장고, 북, 거문고 등 악기들이 조화로운 소리를 낼수 있도록 마이크를 개별로 설치해주기를 요구했으나 KBS아트비전측은 다음 순서로 이어질 브라질·터키의 민속공연 준비로 드럼과 타악기 등에 마이크를 설치해 두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마이크 4개만 제공했다.

 징을 담당한 인간문화재 정영만씨와 무당만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와 사설을 하다가 징과 장고에 마이크를 갖다대주는 등 애를 쓰며 20여분이 공연을 이어가자 부랴부랴 마이크를 몇개 준비해 주었으나 갑자기 분수를 켜는 바람에 물이 바람을 타고 무대를 덮쳐 1시간 예정이던 공연은 30분도 채 안돼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 속에서도 공연을 지켜보던 시민들과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공연단에게 큰 박수로 위로를 전했다.

 정영만씨는 "월드컵 개최를 축하해주기 위해 오전 11시에 문수경기장 주변에 도착했으나 안내자가 없어 헤맨데다 통행증을 발급 받는데 2시간이나 소요됐다"며 "월활한 경기진행도 중요하지만 거문고 등을 싣고 다니는 연주팀 차량조차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냈다.

 남해안 별신굿은 경남 거제도를 중심으로 남해안 일대에서 전해지고 있는 마을 공동제의로 월드컵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행사였다.

 또한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동안 열릴 예정이었던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은 사전 시간조율이 안돼 취소됐다. 김덕수팀이 시간이 대구공연과 겹친다는 이유로 공연시간을 이날 12시로 당겨 주기를 요청했으나 울산시는 미리 예고가 안돼 관람객이 없을 것이라며 이를 취소해버렸다.

 울산시에서 나눠준 문화행사 일정표를 들고 월드컵 플라자를 찾은 한 시민은 "신나는 사물놀이를 보기위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왔는데 허탕을 쳤다"며 "불가피하게 취소가 됐으면 언론을 통해 미리 홍보를 하거나 안내를 제대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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