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약 9천년의 고래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가 있고, 내년 IWC(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 개최와 장생포 고래박물관, 고래연구센터 등을 건립하면서 고래도시임을 내세우는 울산으로서는 고래에 관한 한 일본을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 지난 18일부터 3박4일간 일본의 포경관련 기관, 시설 등을 둘러본 울산방문단(단장 송시상 시의원)에 참여한 송귀홍 논설위원의 동행취재기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글 싣는 순서〉
 〈Ⅰ〉 일본의 고래관련 기관·시설
 〈"〉 일본의 포경재개 노력과 울산
 〈"〉 울산의 "고래도시" 전략
 
 일본은 기원 전 7천년께 조문시대 초기 부터 고래류를 이용해왔다는 포경의 전통과 문화를 내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원시·고대의 포경은 물론 중세와 근세, 근대와 현대의 포경역사를 정리해놓고 "고래와 함께 살아온 일본인"임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지난 1986년 IWC의 상업포경 모라토리엄(Moratorium;일시정지) 실시 이후 지금까지 일본내 고래 유통과 문화는 갖가지 방법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도쿄의 고래전문식당에서는 아홉가지 고래음식을 세트화 하는 등 다양한 먹거리로 활용하고 있다. 고래해체장(소형포경기지)이 있는 지역에서는 고래가공식품을 "특산물"로 내놓는 한편 해양생태 전시관과 돌고래·범고래 등의 묘기를 관광상품화,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상업포경 재개를 위한 수레를 정부(수산청)가 앞장서 끌고 일본포경협회, 고래류연구소, 포경업계 등이 축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형태이다. 실제로 이들 기관·단체들은 이러한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널리 홍보하고 있다.
 이들 기관·단체들은 IWC가 금지시킨 상업포경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내년 울산에서 열리는 IWC 연례회의가 이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와다의 고래해체장
와다는 도쿄 동편에 위치한 치바현의 태평양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인구 5천800명의 어촌이다.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버스로 3시간 가량 걸리는 곳으로 타이지, 아유카와, 아바시리 등과 함께 일본의 소형포경기지 4곳(연중 5~11월 기지별로 돌아가며 포경) 중 하나이다.
 이곳에 있는 고래해체장은 55년 전 민간회사(外房捕鯨(주))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건립, 운영해오고 있다. 약 1천평의 트인 공간에 목재 바닥과 천정이 있고, 고래를 씻는 물을 공급하는 공간과 고래해체시 피와 오물 등의 위생처리공간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올해 IWC의 규제대상이 아닌 큰부리고래 26마리(정부 할당량)를 7~8월에 해체했다. 30~40t급 소형포경선 5척을 이용, 연안포경을 한 뒤 해체하며 이후엔 북해도 등지로 이동한다.
 쇼지 히로기 사장은 "해체한 고래는 적당 가격에 중간상인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소매상 등에 현장 판매되고 있다"면서 "10m 전후 큰부리고래의 경우 전체 판매액이 평균 600여만엔(약 7천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나까야마 와다면장은 고래해체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1마리를 해체하는데 약 2시간, 완전한 뒷 마무리까지는 4시간이 걸린다"면서 "고래는 다양한 형태의 음식으로 만들어지는데 "타래"(소고기 절임과 육포의 중간 형태의 맛과 모양)는 지역특산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카모가와 씨월드(Sea-world)
 카모가와시는 와다에서 차량편으로 약 40분 거리이며 도쿄만 외곽 동편에 위치한 인구 3만여명의 소도시이나, 이곳에 있는 씨월드에는 연간 90만~1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일본 최대 고래관광지이다.
 이곳의 씨월드는 지난 70년 개장, 34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 8개의 테마관을 갖추고 호텔과 식당 등을 연계운영하면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입장료는 성인 1인 2천800엔(어린이 1천400엔)이며, 8개관을 돌면서 관람토록 하고 있는데 고래를 이용한 퍼포먼스가 단연 인기다.
 입장 후 첫번째인 "에코 아쿠아롬(Eco-aguaroam)"에는 깊은 산 원류에서 대양에 이르는 물의 흐름과 물결의 움직임을 재현, 그 속에서 생활하는 생물들을 관찰토록 하고 있다. "바다거북의 바다"에는 바다거북이 산란할 수 있는 인공비치가 마련되어 있다.
 고래의 신비를 처음 접하는 곳은 "마린 씨어터(Marine Theater)"로 북극해 주변에 서식하는 흰돌고래인 벨루가(Beluga)의 쇼가 펼쳐진다. 조련사와 함께 소리만 듣고 상황을 판단하고 이행하는 높은 지능을 선보인다.
 이어 형형색색의 열대해 산호와 물고기들을 만나는 "트로피칼 아일랜드(Tropical Island)"를 지나면 돌고래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서프 스타디움(Surf Stadium)"이 반긴다. 병코돌고래와 낫돌고래의 고공점프 등 멋진 묘기에는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오션 스타디움(Ocean Stadium)"에는 바다의 제왕 범고래의 다이나믹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곳에는 1988년 들인 야생 3마리 외에 3마리의 새끼 등 6마리의 범고래(일본 전체 10마리)가 있으며, 인공수정(세계최초라 함)으로 태어난 3개월 된 아기고래도 있다.
 이밖에 물개 퍼포먼스의 "록키 스타디움", 바다코끼리와 바다표범 등이 전시된 "록키 월드", 해달과 팽귄 등의 "폴라 어드벤쳐" 등도 눈길을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본고래류연구소
 도쿄 중앙구(中央區) 풍해진흥(豊海振興)빌딩에는 (재)일본고래류연구소와 (사)일본포경협회, (사)일본소형포경협회, 공동선박(주)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고래류연구소는 1941년 민간연구기관으로 설립돼 47년 일본공모선의 남빙양진출을 계기로 고래류에 관한 전문연구기관으로 발전, 87년10월 재단법인이 되면서 고래에 관한 다양한 조사·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연구소는 본부에만 4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면서 포획조사, 고래류자원조사, 포경의 사회·문화·식생활·경제적 측면 연구, IWC활동의 법적 고찰, 해양포유류의 혼획 등 관리촉진사업, 국내외 기관과의 공동연구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 허가로 포획조사를 실시한 뒤 그 성과를 IWC 과학위원회에 제출하는 한편 고래류를 중심으로 해양생물자원의 지속적인 이용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 포경 재개를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올해의 경우 일본 수산청으로부터 5억1천만엔의 보조금을 받아 남극해 440마리, 북서태평양 313마리 등 모두 753마리(IWC 규제대상 종으로 허가받은 숫자)의 고래를 조사용으로 포획하고 있다.
 하타나카 히로시 이사장은 "포획한 고래는 연구목적이지만 조사 뒤 국제포경규제협약 제8조(과학조사 포경 허용 및 가공제품화 식용 인정)에 따라 식용으로 이용된다"면서 "지난 87년 부터 실시해온 남극해 장기포획조사가 내년에 종료돼 2차 조사계획을 울산회의 때 IWC 과학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포경협회·소형포경협회·공동선박
 일본포경협회는 1959년 말 재단법인으로 발족했으나, 86년 IWC의 모라토리엄 실시 이후 해산한 뒤 88년10월 포경재개를 위해 임의단체로 재발족, 현재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10여명의 직원들이 상근하면서 포경에 관한 정보수집, 조사·홍보, 포경재개를 위한 대책 수립과 포경업의 발전방안 등에 관한 업무를 보고 있다. 포경 재개를 꾀하는 일본 중·참의원들이 중심인 "SUPU"(바다자원의 지속적 이용을 위한 의원 연맹)의 일본내 사무국 역할도 맡고 있다.
 일본소형포경협회는 IWC의 모라토리엄 실시이후 9척의 소형포경선을 보유한 업자들이 모여 88년 설립, IWC 관리품종 이외의 큰부리고래, 흑범고래, 큰머리돌고래 등을 포획하고 있다. 밍크고래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채산성 악화로 현재 5척의 포경선만 공동운영하며, 고래류연구소의 의뢰로 조사포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공동선박(주)은 모라토리엄 이후 남빙양에서 상업포경을 해오던 대양포경, 극양포경, 일본포경 등 3개회사가 쓸만한 포경선을 중심으로 통합해 설립한 회사이다. 1개의 포경공모선단을 운영하면서 고래류연구소의 과학포경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송귀홍 논설위원 khs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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