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출전 48년만에 첫 승을 거둬 온 국민이 기뻐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노조가 쟁의행위를 결의했다는 소식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자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지역주민들에게 큰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행동으로 옮겨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 둔다.

 국민의 기업으로 불리던 기아자동차가 새 주인을 만났고, 대우자동차마저 GM이라는 거대 외국기업에 팔린 것을 현자노조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두 회사가 왜, 어떻게 비운의 길을 걸었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굴욕적인 조건을 감수하고 외국 경영자의 손에 맡겨진 대우차 직원들은 회한의 눈물을 삼키며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결코 뒤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닛산과 도요타자동차의 역전은 장기파업이라는 결정적인 패착 때문이라는 것도 알 것이다.

 IMF라는 미증유의 대환란으로 숱한 기업이 초토화되었으나, 천만다행으로 현대자동차는 살아 남았다. 물론 임직원의 노력 때문이겠지만, 음양으로 주변의 도움을 받은 운 좋은 회사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는 사상최대의 이익을 올려 직원 개개인은 적지 않은 금액을 손에 쥐어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자. 세계 5대 메이커(GT-5) 진입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가 자본, 기술력, 마케팅력, 브랜드가치, 생산성, 원가절감 등 기업운영의 핵심역량이 지금의 5대 기업과 비교했을 때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말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세계 자동차의 격전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직접 이 땅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팔고,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메이커의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겠는가.

 불과 작년 한 해와 올 1/4년 기간에 이뤄진 성과를 두고 다툴 때가 아니다. 일본기업 최초로 순익 1조원(우리 돈으로 약 10조원)을 올린 도요타자동차가 노사간에 임금동결을 합의한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자 노사는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생산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시기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