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994년 체결된 핵 방지와 관련된 북-미 기본합의 내용을 이행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나선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인터넷판을 통해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날 더러운 폭탄과 북한이라는 제하의 분석기사를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체결된 이 핵방지협정에 회의감을 표시하고 지난 3월에는 북한이 합의 내용을 준수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잭 프리처드 대북 특사와 국무부가 이를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협정은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한국, 일본 등과 함께 북한에 2기의 경수로 발전소 건설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같은 판단의 첫번째 근거로 북한이 기본합의의 핵심 내용인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거부하고 있는 점을 들면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정권에는 핵사찰을 요구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무사통과로 넘어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북한과 맺은 핵방지협정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동결이라는 기본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증거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미국 감시위성의 관측 범위를 벗어난 장소에서는 핵 프로그램을 중단했을지는 몰라도 북한 난민들로부터 지하 핵 벙커와 천마산 지하의 우라늄 처리공장에 관한 증언이 흘러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핵 전문가인 헬리 소콜스키와 빅터 질린스키의 견해를 인용, 미국이 제공하는 경수로가 북한이 과거 개발에 나섰던 것들보다 덜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이들 경수로를 가동하게 될 경우 오래지 않아 핵폭탄 50개를 만드는데 충분한 양의 핵 물질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은 6㎏의 분열성 물질로 제조된 반면 북한에 제공되는 경수로 1기를 15개월간 가동해 얻을 수 있는 물질은 330㎏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란이 이와 유사한 원자로를 건설하도록 러시아가 지원하는 것을 미국이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특히 돈만 지불하면 누구에게나 위험한 미사일을 판매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한 국가에 핵 기술을 제공하는 행위는 1994년 당시에도 어리석은 일이었는데, 하물며 현 시점에서 이를 되풀이하는 것은 더욱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선제공격 독트린이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악의 축 국가들이 대량 살상무기를 제조하는 수단을 인정하지 않는 의미를 지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북한이 기본합의의 조건을 이미 지키지 않은 만큼 미국은 이를 지체없이 폐기하는데 있어 도덕적·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 악의 정권이 핵 무기를 추가로 습득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