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1일, 을유년 해맞이 축제 일환으로 풍요를 기원하는 현대판 지신밟기가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서 벌어졌다.
 옛부터 울산은 임산물과 해산물이 많이 나고 물산이 풍부한 고장으로 옛 문헌속에 기록돼 있다. 풍요의 땅 울산, 그 것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서생면 간절곶에서 을유년 정월 초하루 솟구쳐 오른 태양의 정기는 울산 땅에 내리는 축복 그 자체 이다.
 울주군에는 북쪽과 서쪽, 남쪽으로 해발 1천m가 넘는 태산들이 지역을 감싼채 나름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영남알프스라 불리워지며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고 있기도 하다.
 그 뿐이던가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태산준령의 깊은 골짜기에서 한방울 고로쇠 물처럼 떨어진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실개천이 되고 그 실개천은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을 이루고 있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울산시민이 살아가고 농사를 짓고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으니 영남알프스가 울산인의 모태요, 근본이며 뿌리가 아니라고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농자천하대본이라는 진리에 순응하며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묵묵히 흙과 더불어 살아온 울주지만 세상조류가 농경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또한 IT시대로 변천하면서 젊은이는 도시로 가고 노인들만 모여사는 마을로 변한지 오래이다.
 현재 울주군의 농업인구는 약 15%정도이며 가구당 경지면적도 1.07ha로 영세성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민들의 연령도 5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WTO 쌀 개방협상에 따라 이르면 올 6월부터는 미국산 칼로스, 중국산 무공해쌀, 태국산 안남미 등 수입쌀 2만t이 소비자들에게 시판되고 10년 뒤에는 12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미국, 중국 등 쌀 수출 9개국과 최종 합의한 쌀협상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한국은 관세화유예를 10년간 추가 연장하는 대가로 수입쌀 의무 수입물량을 현재 국내 소비량의 4%에서 10년간 7.96%(40만 8천700t)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것도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의무수입 물량의 잠정합의안 8.0%보다 다소 줄어든 것이라 농림부 협상 관계자의 노고에 진심으로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농민단체와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쌀개방 협상에 따른 여진이 계속돼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제자리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울주군은 이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미래 농업인구가 3%선까지 내려가고 농가당 경지면적도 6ha 이상이 되는 전업농을 육성하는 방안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감소되는 농업인구는 점차 기업 등으로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농촌은 단지 곡식이나 농작물을 생산해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고향이요, 모태이기 때문에 농촌은 단순 투입과 산출의 경제논리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노령화된 농민들은 단순히 쌀 생산을 하는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고향을 지켜온 고향지킴이, 환경지킴이, 민속문화지킴이로서의 농민들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홍수시 홍수피해를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농촌을 하나의 농업이라는 단편적인 직업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에 저소득 계층의 복지시책 차원으로 많은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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