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의 특성을 갖춘 건축문화를 가꿔 나가기 위해 실시한 지난해 울산광역시건축대전 당선자들이 일본건축기행에 나섰다. 건축가협회 울산시지회(지회장 성인수 울산대교수)는 매년 이 대회의 당선자들에게 상금 대신 일본건축기행을 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13~17일까지 4박5일동안 부산~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배편을 이용하는 "값싼" 건축기행으로 일본 건축문화와 울산지역 건축의 현주소를 비교해보는 계기를 갖자는 취지다. 이번 기행에 나선 일행 17명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하루종일 이름난 건축물만 찾아다니며 답사한 뒤 저녁에는 밤늦도록 그날 답사한 자료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들 기행에 동행 취재를 통해 얻어낸 일본 후쿠오카~오이타현 지역의 건축기행문을 싣는다.

후쿠오카현의 후쿠오카(福岡)시는 인구 130여만명에 울산보다 규모가 조금 큰 일본 8대 항구도시로 "넥서스 월드 Ⅰ·""라는 미래형 건축모형을 도입해 건축가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시사이드 모모찌지역의 넥서스 월드Ⅰ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초빙해 주택과 타워, 인공해변, 시립박물관, 학교, 방송국, 호텔, 돔경기장 등을 조화롭게 꾸미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주택들은 담장을 없애고 2층의 전통적인 일본식으로 지어져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다. 아파트단지들도 제각각 개성을 살려 높낮이를 달리하고 독특한 형태를 보여 준다. 건축설계사의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한 미래형 행정이 부러웠다.

 후쿠오카 타워는 주택지역과 시가지, 인공해변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후쿠오카 돔 경기장은 이 곳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단 다이에이의 전용구장으로 개폐식으로 우천과 상관없이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돔구장을 가리듯이 우뚝선 호텔은 일본 청소년들이 결혼 첫날밤을 보내고 싶은 곳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을 휘감고 있는 바닷가는 인공해변으로 조성돼 있다. 인공미가 지나쳐 서먹함이 있었지만 자연친화적으로 꾸미려는 흔적은 높이 살만했다.

 넥서스월드"는 세계최고 건축가 6명을 초청해 미래형 집합주택을 실험한 지역이다. 해안을 끼고 도시규모가 울산과 비슷한 도시에서 도입한 공동주택의 신개념이어서 관심이 더 컸다. 6개의 집합주택들이 제각기 개성을 뽐내며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 튀는 개성으로 인해 전체적인 조화가 다소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건물마다 독특함을 가져 이 건물이나 저 거물이나 비슷한 우리나라 아파트 형태와는 전혀 달랐다. 학교는 주택단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어울리게 하기 위한 도로와 아파트 빈공간의 조경이 돋보였다.

 후쿠오카에는 단연 돋보이는 독립 건축물로는 아크로스 빌딩과 캐널시티 하카다가 꼽힌다.

 아크로스 빌딩은 후쿠오카시청과 인접해 있는 다목적 복합 건물로 시내 한가운데의 중앙공원과 조화를 이뤄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 도로면에 접한 부분은 일반 건축물과 큰 차이점은 없지만 공원과 접한 면은 경사를 이뤄 외벽 전체를 식물들로 가득채워 놓았다. 76종의 수종으로 3만7천그루에 달하는 나무가 심어져 거대한 식물원을 연상케 했다. 경사면에 계단을 만들어 공원과 함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공연장과 전시장, 상가, 사무실, 공공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으며 지하철과 연계돼 있다.

 캐널시티 하카다 건물은 S자형을 2개 겹쳐 놓은 듯이 대형건물 3개가 인공 운하로 연결돼 있어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복합건물로 후쿠오카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개 백화점과 3개 호텔, 상가들이 약간의 기형학적으로 구성돼 있어 보는 장소에 따라 색다른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180m의 인공운하 곳곳에는 분수시설과 작은 공연장을 만들어 놓았다.

 후쿠오카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오이타현의 벳부시는 인구 25만의 소도시로 온천 관광지이다. 벳부로 가는 길에 보이는 농촌 주택들도 전통적인 일본식으로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진에 대비한 대나무밭과 일본대표 수종인 히노기와 구스노기가 일자형으로 쭉쭉 뻗어 삼림으로 뒤덮여 있다.

 벳부 도심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벳부컨벤션센터는 타워와 공연장, 다목적 행사장, 체육경기장, 회의실 등을 갖춘 다목적 주민 편의시설로 빛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채광을 고려한 시설들이 눈에 띄었다. 이 도시 규모보다 4배나 큰 울산시에는 내세울만한 건물이 한곳도 없는 현실이 씁쓸함으로 와 닿았다.

 성인수회장은 "미래형 주거공간을 실험적으로 도입된 넥서스 월드 Ⅰ·"지역은 성공이나 실패라는 결과론을 떠나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가꾸고 자연과 함께 하려는 시도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크다"며 "울산지역에도 지역 특성을 갖춘 건축문화의 토대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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