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오늘로서 83돌을 맞았다. 어린이날은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갈 어린이에 대한 애호정신을 앙양함으로써 이들을 바르고 아름답고 슬기롭게 키우자는 취지에서 제정이 됐다. 처음에는 1923년 방정환, 마해송, 윤극영 등이 주축이 된 <색동회>가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는데, 1927년부터 5월5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83년이 지난 지금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꾀한다"는 근본취지가 아직도 유효한지 묻지 않을 수없다. 지난 3일 정부는 "양육 의사가 없는 부모로부터 친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친권이 무엇인가. '내 자식을 내 자식이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질기디 질긴 것이 핏줄이라고 했는데, 국가가 이 당연한 권리를 박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모에게 학대당하고 버림받는 아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아동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형은 다를지라도 일반인의 통념을 깨는 아동학대가 우리나라의 보통 가정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아동학대 행위를 교육적 체벌 정도로 여겨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아등학대 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이고, 이들 대부분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아동학대가 결손가정이나 극빈층에서 주로 발생할 것이라는 상식을 벗어난 통계이다.

과거보다 살림살이가 훨씬 괜찮아진 요즈음, 학대받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아무래도 정상적일 수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버려야 했던 수십년 전 어머니의 애끊는 모정은 온데 간데 없이 무심히 아이를 외면하는 냉혹한 부모가 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까. 아동문제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아동학대자란 없다고 강조한다. 모든 계층, 모든 사회집단의 평범한 사람이 아동학대자가 될 수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여차할 경우 친권을 박탈하겠다고 나서는 현실은 너무나 서글프다. 오늘 어린이날을 맞아 이 땅의 어른들은 '자식을 자식답게 키우지 못한 부모로서의 자세'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고, 놀이공원이 데려가고, 다음 날이면 자식을 외면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후회하고 참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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