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110만 시민여러분!

그리고 7년 세월을 저와 함께 영욕을 같이한 4천300여 직원 여러분!

 오늘, 저는 참담하고 비통한 가슴을 쓸어안고 저의 남은 생애에 결코 잊을 수 없는 퇴임에 즈음한 인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7년 세월동안 눈물과 기쁨을 서로 나누었고, 밤이 하얗게 지새도록 함께 애태웠던 여러분과 저의 사랑, 울산의 산하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셨던 시민여러분의 그 큰 은혜를 생각하면, 땅속으로라도 꺼지고 싶은 심정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로 지금의 현실을 해명하고, 어떤 얼굴로 시민여러분의 가슴에 남긴 상처를 대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할수록 저의 부덕함이 몸서리쳐지고, 깊은 회한이 뼈에 닿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두렵습니다. 진실된 마음이 왜곡될 수 있는 현실이 두려우며, 저와 함께 일했던 동료직원들과 시민여러분의 가슴에 아픔을 남긴 오늘이 두렵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마음을 모아 노래했던 울산이 저의 부덕함으로 구김살이 질까 두렵습니다.

 생살에 소금을 저미듯 아픔이 가슴 가득 밀려옵니다. 죽음을 암시하던 병원의 진단에도 담담했던 저에게 오늘의 현실은 죽음보다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퇴임을 준비하던 저에게 씌워진 이 지독한 운명의 굴레를 어떻게 벗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문수축구장에서, 울산대공원에서 시민의 몫을 다하며 살아갈 날을 기다려온 저에게 날벼락처럼 다가온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눈앞이 아득해져 옵니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속울음으로 마음을 씻어낸 눈으로 울산을 보고, 고락을 함께 한 여러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하신 하느님의 뜻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예비하신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며, 저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자 합니다.

 그것만이 제가 여러분과 시민에게 입은 은혜에 털끝만큼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며, 우리 모두의 연인인 울산의 상처받은 자존심에 새살을 돋게 하는 길임을 저는 믿습니다.

 지금보다 더한 어려움과 고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병든 저의 육신이 이 고난을 끝내라고 채근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제 영혼은 자유롭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진실입니다. 그것만이 제 삶을 의미롭게 하고 저와 함께 일한 여러분과 시민여러분에 대한 은혜갚음의 길이라고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려 봅니다.

 손떼 묻은 책상과 정든 시 청사를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오늘 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한점 후회 없이 울산을 위해 일했으며, 울산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단 하루도 소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광역시 승격이며, 신항만 개발, 내일이면 폐막하게 될 월드컵 등 이 모든 것은 오로지 110만 시민과 직원 여러분의 힘으로 이룬 결실이며, 우리의 울산이 세계로 힘차게 비상할 토대이자 미래의 희망찬 터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울산을 기회의 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저의 생애에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제가 7년 동안 땀흘려 이룬 울산이 지금보다 더 살기 좋고, 신바람 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신임 시장과 함께 더욱 힘써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이 저에게 주신 믿음과 은혜의 힘으로 지금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데 모든 것을 다 바칠 것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다가온 운명으로부터 저의 몸이 자유로워 질 때 우리가 그토록 사랑한 울산을 위해 저의 남은 사랑을 쏟고 싶습니다.

  2002년 6월29일 울산광역시장 심완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