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스승의 날'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예전 같지가 않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로 시작되는 스승의 날 노래, 카네이션 한 송이, 양말세트 선물은 이미 감사의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이다. 교사들조차 "스승의 날이 필요 없다"고 할 정도이다. '스승의 날'을 "학년이 바뀌는 2월로 옮겨 달라"고 요청하고 교사들도 상당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결정적인 이유는 '촌지'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이맘때 쯤 이면 일선 교육계에서 '촌지 안주고 안받기 운동'이 벌어지곤 한다. 교육청에서도 '스승의 날' 행사는 공개 석상에서 꽃다발, 기념품, 케익 등 간소한 선물은 받되 학부모로부터 촌지는 물론 향응·접대를 받지 말라고 지시한다.

한마디로 코미디 같은 얘기다. 촌지가 뭣이기에 교사들이 매년 촌지반대 운동에 나서고, 그런데도 근절이 되지 않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촌지 문제의 핵심은 '교사와 학부모 간의 불신'에 있다. 그것의 출발점은 학급당 인원수와 같은 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자신의 아이들에게 특별대우를 하고픈 학부모들의 이기심이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에 편승한 일부 교사들의 직업 윤리관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둘 것은 '촌지=뇌물'이라는 사실이다.

촌지는 액수보다 주고받는 자체가 문제이다. 촌지를 받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교사 개개인의 도덕성 결여와 뿌리 깊은 관행'이다. 이로 인해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자업자득인 면이 없지 않다. 아울러 '촌지 권하는 사회'를 만든 잘못은 이유 없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오늘 '스승의 날'은 이 같은 현실 인식과 반성을 전제로 겸허하게 맞아야 한다.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기피하는 현실로는 스승의 날은 없느니만 못하다. 교권의 회복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스승의 날과 관련해 교사들은 "지나치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사실 그렇다. 그러나 교육자야말로 이 사회계도의 중심축이자 선봉장이 아닌가. 아이들이 교사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는 점을 감안해 보라. 교육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어쩔 수 없이 사회의 보루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