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가 어제(15일)로서 창간 16주년을 맞았다. 89년 창간된 이래 본지는 '사회 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해왔다. 특히 울산을 대표하는 지역 신문으로서 시민의 알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그리고 이제 창간 16돌, 이팔청춘의 나이를 맞게 됐다. 사람으로 치자면 인생의 봄날, 그 중에서도 초여름의 눈부신 절정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은 참으로 곡절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때는 97년 IMF를 전후로 한 시기였다. 경제악화, 경기침체 등으로 사회전반에 위기가 닥쳤고, 그것은 결국 국가적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지방언론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경상일보의 경우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동고동락해온 직원들을 감원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아무튼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경상일보는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것은 동료들의 희생정신과 경영진, 주주들, 독자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작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창간 16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거울삼아 앞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와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요즘 신문은 하루가 다르게 위기와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모든 정보와 뉴스가 신문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일단 활자화되어 보도된 기사는 일정한 무게와 권위를 인정받았다. 권력을 감시 비판하고 때로는 맞설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광고도 신문사가 독점적, 우선적으로 선점해 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과거 언론의 모든 독과점 구조는 깨졌고, 언론시장도 새로운 매체에 의해 급격하게 잠식당했다. 바야흐로 공중파TV, 케이블TV, 위성TV등 전파 매체의 잇단 발전과 인터넷 보급, 오프라인 신문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여기에다 무료신문까지 가세하고 있다. 가뜩이나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신문독자가 줄고 있는 판에 무료신문의 등장은 기존 신문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경상일보가 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에 적극 동참하거나 주도하지 않고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의 신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기사의 질 경쟁을 넘어 정보를 담는 그릇과 신문을 파는 방식을 꾸준히 바꿔가고 있다. 정체된 신문시장을 키우기 위해 젊은 층과 여성들을 집중 공략하고 차별화와 개성화를 통해 브랜드의 파워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잘못 인식하고 착각 속에서 신봉하고 매달려 온 구시대적 안주의 사고도 과감하게 털어내고 있다.

경상일보도 언론시장의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언론매체가 다변화하면 할수록 살아남는 길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경상일보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실시한 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상일보의 목표와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기사와 지역기사 취급 여부를 묻는 항목에 42.1%가 "지역 기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경상일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는 45.8%가 '지역의 대표신문'이라고 응답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은 '지역신문의 정체성과 함께 지역 언로로서의 중심축을 보다 확고하게 다져줄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에 지면부터 쇄신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 기획, 사설, 칼럼은 물론 편집, 체제 등을 새롭게 쓰고 제작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기사, 기획, 칼럼 등에 있어 차별화, 특화, 개성화도 필요하다. 독자들이 기자, 칼럼니스트, 논설위원의 이름을 보고 기사를 찾고, 신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사실성, 신뢰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싱싱한 자료를 판매하는 닷컴을 개발하는 일도 필요하다.

경상일보는 이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 관심을 보다 확대해 나갈 것이다. 개혁과 변화의 시대에 신문이 변해야 지역을 바꿀 수가 있다. 시민의식을 바꾸고, 생활태도를 바꾸고, 나아가서 정주의식과 향토애를 고취시킬 수 있다.

경상일보는 올해의 캐치프레이즈를 '당당한 경상일보, 힘있는 울산'으로 정했다. 매일 아침 싱싱하면서도 맛깔스런 기사를 통해 캐치프레이즈의 참뜻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갈 각오이다. 독자와 울산시민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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