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딸을 낳은 지 한 달 째… 힘들게 가진 아이지만 시부모님은 딸이라고 안아주지도 않고 나에게 쌀쌀하게 대하신다. 비참해서 눈물이 핑 돌고,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사가 귀찮고, 하루에도 몇 번씩 멍해지고, 아이를 봐도 좋은지 모르겠다. 친정 엄마는 오늘 병원에 가보자고 한다"

주부 권모씨는 잘 먹지 않고,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무표정해 진다고 친정 식구들에 의해 정신과를 방문, 의사로부터 '산후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출산 후 1주일 전후로 나타날 수 있는 가벼운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과는 다르게 '산후우울증'은 좀더 늦게 발병하고, 더 심한 형태의 우울감을 호소한다. 보통은 산모의 노력과 주위의 이해로 3~6개월 후면 증상이 호전지만 '산후우울증' 여성의 25% 정도는 1년 넘게 지속되기도 한다. 심한 상태를 방치한 경우 산모 자신은 물론이고, 유아의 발달과 가족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테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임신 중에 증가했다가 출산 후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이 유발요소가 될 수 있다. 심리적, 사회적 요인으로는 분만 후의 피로, 수면장애, 충분하지 못한 휴식, 아이 양육에 대한 부담과 걱정, 생활과 신체상의 변화, 자아정체성 상실 등도 '산후우울증' 유발에 기여한다.

또한 임신 중 우울증은 '산후우울증'의 중요한 예측 인자로서 '산후우울증'의 위험성을 세배가량 증가시킬 뿐더러 산전 임신부와 태아의 관리소홀, 영양 결핍, 자살 등과도 관련이 되기 때문에 치료를 요한다.

지난 7일 동안에 이런 증상들이 있었다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어떠한 것을 기껍게 바라거나 기다렸다 △어떤 일이 잘못될 때면 나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탓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무언가를 걱정한 적이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힘들게 느껴졌다 △너무 불행하다고 느껴서 잠을 잘 잘 수가 없었다 슬프거나 비참하다고 느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껴 울었다 △자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산후우울증'은 정신 치료, 약물 치료들을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병행 치료할 수 있다. 약물이 필요한 경우는 증상이 심하거나 만성적일 때, 산후우울증의 과거력이 있을 때 혹은 우울증의 가족력이 있을 때 등이다. 대개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데 3~6개월이면 증상이 호전되며, 증상호전 후에도 수 개월간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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