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만차(La Mancha)의 어느 마을에 사는 '알론소 키하노'라는 50세 노신사가, 밤낮 기사도에 관한 소설에 몰두해 있다가 정신 이상을 일으켜 스스로 기사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돈 키호테라고 고치고, 이 세상의 부정을 바로잡고, 학대 받는 자들을 돕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산초 판사'라는 농부를 종자로 거느린 돈 키호테는 모든 것을 기사도 소설의 이야기식으로 해석하고 그 이상에 따라 살아가려 한다. 그러나 산초는 주인과 반대로 어떤 경우에도 현실과 타협을 잊지 않으며, 게으르지만 주인에게 충실하다. 돈 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으로 생각해 달려들고, 양떼들이 오는 것을 보고 대군이 밀려오는 것으로 착각해 싸움을 벌인다. 또 순례자들이 마리아상을 메고 오는 것을 부녀자를 약탈해 가는 것으로 알고 습격을 하는 등 많은 문제와 싸움을 일으킨다.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1547~1616)가 기사 '돈 키호테'와 그 시종 '산초 판사'의 여러 가지 모험을 묘사한 소설 '돈키호테'는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의 사람들에게 애독되고 있으며, 돈 키호테의 이름은 이제 괴상하고 공상적인 인물의 대명사가 되었다.

후기 낭만주의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는 낭만주의 최후를 장식하는 코다라고 할 수 있는 거물급 작곡가였다. 그는 이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를 가지고 표제음악을 만들었다.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기본 주제와 함께 그들의 모험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을 음악적이면서 사실적 표현으로 묘사하고 있다.

풍차를 향해 돌진해 가는 중에 불어오는 돌풍, 풍차에서 떨어지는 모습, 상상의 여인에 대한 환상, 사랑의 이중창, 충성의 맹세, 돈 키호테와 산초와의 대화, 강물을 따라 떠가는 나룻배, 흠뻑 젖은 옷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돈 키호테의 죽음 등 이 작품에는 리하르트의 음악적 표현력이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만큼 잘 묘사가 되어있다. 그래서 이 곡은 돈 키호테를 음악으로 묘사한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하르트는 유머감각 또한 매우 풍부했는데 일생동안 음악 못지않게 우스갯 소리도 많이 남겼다. 그의 아버지는 뮌헨의 이름 있는 호른 주자 '프란츠 슈트라우스'였다. 리하르트가 결혼해서 낳은 외아들 역시 이름이 '프란츠'였다. 리하르트는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은 프란츠라는 점을 꼬집어 자기를 '프란츠 샌드위치'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보수적인 브람스를 따르다가 후에 진보적인 바그너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는 자기를 '리하르트 2세'라고 불러 달라고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바그너의 이름도 리하르트였기 때문이다.

만년에 그는 83세의 노구를 이끌고 영국에 건너가 지휘를 한 일이 있었다. 그 때 기자가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다음 계획은 죽는 것이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 또한 유명하다.

표제음악인 돈키호테는 갖가지 상황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연주하기가 다소 어려우면서도 예술성과 재미를 겸비한 훌륭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Wind machine'(윈드 머신)이라는 특수 악기가 등장해 바람소리 효과를 내기도 하고, 갖가지 특수 악기들이 대거 등장해 규모나 음악적으로 낭만음악의 극치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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