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걸작 '베니스의 상인'이 400여년 만에 처음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베니스의 상인'(William Shakespeare's The Merchant of Venice)이 특히 힘을 주고 있는 것은 악역 샤일록의 캐릭터와 당시의 시대상이다. '일 포스티노'의 마이클 레드퍼드 감독은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그 시대의 모습을 풍부하게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해되는 샤일록은 한층 입체적인 인물이 됐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과 달리 그동안 '베니스의 상인'이 영화화되지 못했던 것은 베니스 로케이션의 어려움이 있었던 데다 캐릭터도 복잡하고 여기에 원작의 샤일록을 제대로 연기해낼 만한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작진이 택한 촬영 장소는 세트가 아닌 베니스 현지. 고증을 바탕으로 수십대의 곤돌라가 제작됐고 의상 역시 마스크에서 당시의 고딕풍 연회복과 유대인 샤일록의 빨간 모자까지 만들어졌다.

다수의 기독교도들과 소수의 이교도들 사이의 갈등이나 동성애적인 코드, 법에 따라 가슴을 드러낸 채 호객행위를 해야 했던 당시의 창녀들의 모습 등으로 16세기 베니스를 옮겨 놓았고 이를 통해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또 한가지 원작의 영화화를 가능케 했던 것은 알 파치노의 합류다. 원작에서 돈만 밝히는 수전노였던 샤일록은 그의 연기를 거쳐 이교도라는 데서 오는 차별과 딸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생명력을 얻는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6분.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