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선미(36·중구 우정동)씨는 요즘 큰 아이(5)의 교육기관을 선택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치원 몇 군데를 둘러본 결과 한 반 인원수가 모두 30명 내외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집에만 있던 아이가 갑자기 불어난 또래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교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칠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난주부터 전국 유아기관들이 일제히 원서접수에 들어갔다. 몇몇 교육기관은 사전등록을 받기도 하고, 인기 높은 유치원은 선착순 접수나 추첨 등을 거치기도 한다. 자녀를 보다 좋은 교육시설에 보내고픈 엄마들의 마음이 바빠질 때다.

유아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본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6세 이상의 아이들 30명이 함께 지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인원수 보다 집과의 거리, 교실 환경,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직접 체크한 뒤 아이에게 알맞은 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자녀를 가까운 사설유치원에 2년씩 보냈던 안미영(37) 주부는 "멀리 있는 소문난 유치원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낫다"면서 "이웃 아이들과 함께 보내면 하원 후에도 또래관계와 놀이가 연장될 수 있고 이러한 관계는 자연스레 초등학교까지 유지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이하원(33) 주부는 "보기 좋게 진열한 교구는 있는데 정작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놀잇감은 태부족인 유치원도 있다"면서 "한 반 인원수에 적합한 교구 및 놀이기구가 갖추어졌는지 살펴보라"고 말했다.

유달리 소변을 자주 봐야하는 딸 아이 때문에 유치원 방문 시 화장실부터 챙겨봤다는 또 다른 주부는 "실외 놀이터는 모래나 우레탄을 사용했는지, 미끄럼 방지틀이나 콘센트 마개 등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한 보완장치가 완벽한 공간인지 살펴 보라"고 알려준다.

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6살 난 둘째 아이를 보내고 있는 회사원 박정일(40)씨는 사설유치원에 비해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국공립 유치원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말한다.

"보호자가 직접 등하원을 챙기고 가정에서 아이의 학습지도를 도와야 하는 등 사설 유치원보다 불편한 점이 없지 않지만 저렴한 교육비(1개월 3만~6만원)에 비해 교사 1인당 아이들 비율이 사설유치원보다 월등히 낮고 교사들의 연령도 주로 30~40대 이상의 육아경험자들이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은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영어학원 유치반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크다. '무자격 원어민들이 가르친다' '유아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등 비난도 높지만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이 함께 담임을 맡는 등 정규 유치원 과정과 비슷하게 진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10살, 7살 형제를 영어유치원에 보낸 주부 김윤정(37)씨는 "영어에만 치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놀이프로그램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곳을 선택하라"며 "영어를 배우는 것이 유아교육기관의 기본목표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공립유치원은 입학금이 따로 없고 부모의 재직증명서와 첫 3개월 교육비만 내면 등록된다. 한 학기 당 문구류 구입비로 3만원 내외의 추가비가 있다. 일반 사설유치원의 입학금 포함 첫 등록비(3개월치 수업료와 교재 구입비)는 60만~80만원 선이다. 영어유치원은 입학금이나 수업료가 천차만별이다. 첫 입학금 및 등록비는 40만~60만원 선. 수업료는 20만~50만원대다.

홍영진 주부리포터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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