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뱀사골(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계곡)
사진/ 김기정(사진작가·경상사진동우회 회원)

바야흐로 뱀사골에 단풍이 절정이다.

지리산에서의 단풍은 피아골과 뱀사골로 압축된다.

수려한 암반과 그 사이를 가르는 하얀 물보라.

계곡을 에워 싼 단풍의 숲이 새색시의 혼례길처럼 화사하다.

저 눈부신 자연 앞에서 세상의 어느 누군들 침묵할 수 있으리.

지리산의 선비 조식은 '삼홍시(三紅詩)'에서 노래했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다" 지리산의 시인 고정희는 어떤가.

'뱀사골에서 쓴 편지'에서 계곡의 풍광을 극찬했다.

조태일의 시도 눈길을 끈다.

"단풍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제 몸처럼 뜨거운 노을을 가리키고 있네"

그래, 뱀사골의 단풍길이 어디 범속한 인간의 길이랴. 신선의 길이자 바람의 길이다.

저 계곡의 아득한 물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극락의 초입에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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