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울산시립교향악단의 단원생활을 그만둔 그 해인 1996년으로 기억된다. 가까운 후배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000가 며칠전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연주회 마치고 가다가 빗길에 사고를 당했답니다. 그 날 연주한 곡이 차이코프스키 비창이었잖아요"

 이럴 수가. 벌써 몇 번째인가. 이 곡을 연주한 단체는 꼭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직접 체험한 것만 3번째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까지 모두 5번이나 된다.

 한때 각 연주단체의 단원들은 이 곡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겼었다. 울산시향도 1998년 이 곡을 연주하려고 했으나 단원들과 스태프들의 만류에 의해 프로그램에서 제외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01년 장윤성지휘자는 "좋은 곡은 좋은 곡으로 남아야지 그런 기우를 불식시키겠다"며 이 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곡이 연주되는 내내 불안했지만 연주는 성공적이었고 관객의 반응도 좋았다. 또한 그 후 울산시향에게 불길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우였던 것이다.

 차이코프스키(TSCHAIOWSKY)의 6번교향곡(SYMPHONY No.6 "PATHETIQUE")은 작곡자의 생애 마지막해인 1893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10월28일 자신의 지휘로 페테르브르그에서 초연되었다. 이 때만해도 "비창"이란 표제가 붙지 않았다.

 그의 예술의 총결산이라고 할만한 이 교향곡을 일관하고 있는 패시미즘은 분명히 어떤 표제가 있어야했을 것이나 작곡자 자신은 "표제는 수수께끼로 남겨두어야 한다. 각자의 추측에 맡긴다"라는 암시적인 말밖에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초연한지 일주일 뒤에 그는 당시 창궐하던 콜레라에 걸려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무언가 숙명적인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죽음과 이 교향곡을 결부시켜 〈비창〉이란 제목이 출판할 때 붙여졌다. 그것은 생전에 작곡자가 생각하고 있었던 표제라고도 한다.

 10년 가까이 묻어두었던 앨범을 새삼스레 찾아냈다. 19세기 최고의 작곡가의 곡을 20세기 최고의 연주단체 베를린필하모니(Berlin Philharmonic Orchestra)와 최고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이 녹음한 CD 한장. 앨범 자켓이 누렇게 빛바래 있다.

 먼지를 털고 애들이 잠들기를 기다린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10여년만에 이 음악을 듣고자 한다. 벌써 오케스트라의 저음으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임치원 울산시립교향악단 단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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