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대학생 2명중 1명이 성희롱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는 여성부의 조사결과는 성희롱방지 관련법률 시행후에도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 악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국 20개 대학 남녀교직원 및 남녀학생 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남학생의 49.8%가 "외모에 대한 성적인 평가나 비유,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회식자리에서술따르기 강요,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기등 신체접촉"과 같이 남녀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희롱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많이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여성이 사관학교도 가고 경찰대학도 가는 세상 아닌가. 그러나 남녀차별 의식과 관행은 여전히 남아 기회 있을 때마다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직장에서 여성들은 성차별을 받기 예사이며 특히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아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적지 않다. 과거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또는 직장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거나 주위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성희롱을 당하고도 이를 공론화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군대.공직사회.학교 등 사회곳곳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여성들 사이에 이같은 일을 더이상 은폐하지 말고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인식변화가 확산된다면 결국에는 남성들의 의식도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나 평등의식 등은 높아졌지만 아직도 성역할에 대한 인식은 유교적 전통을 답습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근절하는 일은 쉽지 않을 듯 싶다. 일부 남성들은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일삼으며 문제가 될 경우 "친근함을 표시한 것 뿐"이라고 둘러대는 일이 많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추방하려면 무엇보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여성을 함께 공부하고 일하는 동료이자 동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남성들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부터 바뀌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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