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권비영(50·사진)씨가 등단 11년 만에 첫 소설집 <그 겨울의 우화>(신세림 펴냄)를 내놓았다.

권비영씨는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과 실향민, 장애인을 둔 가족들의 미묘한 관계, 과거의 기억 등을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꾸준히 표현하고 있는 작가다.

이번 소설집은 '그 겨울의 우화', '무채색의 허기증에 대하여', '어둠, 저 편', '와송 이야기', '망(望)', '말(馬)에 관한 몇 가지 진실', '와이키키', '서쪽으로 열린 창', '박봉달의 소사(小史)', '안나의 적(敵)' 등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중·단편소설 10편을 실었다.

1995년 신라문학상 대상작인 '무채색의 허기증에 대하여'는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해주에서 월남(실향)한 노인의 비애를 딸의 시선으로 그렸으며, '어둠, 저편'은 지체부자유자이면서 자폐증까지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원주댁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고 스스로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망'은 사귀던 남자의 배신으로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 여성의 일상을 통해 사랑을 바라면서(望) 살고 있는 여성의 심리 세계를 분석했다. 가장 최근작인 '안나의 적'은 가족을 위해 봉제공장 여공과 술집생활 등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던 '안나'의 죽음을 바라보는 가족의 냉랭한 시선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95년 제7회 신라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울산문인협회 기관지 <울산문학>과 울산지역 소설가 동인지 <소설 21세기>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334쪽. 1만원.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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