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삭은 필력으로 생의 본질과 일상 담담히 읊어

오는 4월6일 오후 7시 웨딩캐슬서 출판기념회

신춘희(53·사진) 시인이 첫 시집 <풀잎의 노래>(하늘연못 펴냄)를 내놓았다. 1973년 문예지 <현대시학>에 김남조 시인의 추천으로 작품을 발표한 이후 33년만이다.

이번 시집은 자연의 본질인 삶과 죽음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다양한 모습, 소시민적인 삶, 문학에 대한 회의와 희망 등을 예리하고 넉넉한 사유의 힘으로 보여준다.

'그해 12월 말뚝상사 김씨의 연탄가게가/ 슬그머니 문을 닫더니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소주 한병을 마시고 정성껏 연탄불을 피웠다/ 창수의 꿈도 연탄불 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졌다/ 슬픔의 폭설이 마을을 덮었다'('소식' 부분)

시 '소식'은 말뚝상사 출신 김씨, 그의 아들 창수, 곱사등이 충식이 아버지, 그의 가족처럼 '더 이상 찍어낼 눈물도 없는 산동네 사람들'의 궁핍한 삶과 죽음을 절제된 톤으로 그리고 있다.

실업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시인의 삶도 그리 편치만은 않다. 소시민적 삶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시 '실업에 대하여'는 어쩔 수 없이 생활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삶을 냉소한다.

시인은 '필리핀의 한 여성 언론인이/ 부패와 권력과 맞서 싸우는 그 시간에' 실업과 싸운다. 원래 사내란 실업을 방목하고 조련하면서 아내와 자식들 앞에서 당당하게 채찍을 내려쳐야 하는데 그 일이 녹록치는 않다.'실업은 정말 무섭고 힘이 세다'고 항복하고 마는 시인은 생활 앞에서 무력해지고 꼬리를 내리면서 스스로 기는 우리의 모습인 듯 친밀하다.

그러나 시인은 결코 세상을 비관하지 않는다. 구차하고 재미없는 삶조차 가치가 있다. 현실을 증오했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이 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이 진다'('세상' 전문)고 노래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시인은 <현대시학> 추천 이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1980년 시조, 1982년 동시, 1983년 시가 당선되는 특이한 등단 이력을 가졌다. 울산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경상일보 논설실장으로 재직중이다. 출판기념회 오는 4월6일 오후 7시 남구청 맞은편 웨딩캐슬. 126쪽, 6천원.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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