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역사적 사실과 허구 조화로 흥미 더하겠다"
이 "추상성 가미된 삼국시대 문양 적절히 활용"

■ 김하기 작가가 말하는 '美人들의 동굴'

석굴암의 신비에 매혹돼 지난 10년간 경주 토함산을 수십번 오르면서 석굴암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석굴암에 관련된 첫번째 비밀은 도대체 석굴암은 누가 만들었으며, 본존불은 어떤 부처이고, 석굴암이 어떤 조형원리로 만들어졌냐는 것이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비밀은 석굴암을 둘러싼 전설로 지금도 본존불 이마에서 일본인이 빼갔다고 믿고 있는 전설적인 3천캐럿 다이아몬드의 행방에 관한 의문이다. 이것은 역사적 허구로 이에 대한 대답을 <천년의 빛>(전3권)이라는 소설에서 다룬 바 있다.

이젠 엄밀한 고증을 거친 팩트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친 팩션(faction)의 형태로 독자들을 비밀의 동굴인 석굴암으로 안내하고 싶다. 석굴암은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고 석굴암 본존상은 세계불상 문화재 가운데 제1호로 등록된 불상이다. 한민족의 문화와 과학의 최고 정수인 석굴암 조성과정에서 벌어진 신라인의 예술적 정열, 사랑과 증오, 세계성과 토착성의 갈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갈 것이다.

오는 4월3일부터 본보에 소설 <美人들의 동굴>을 연재하기로 한 소설가 김하기(49)씨와 그 연재소설에 삽화를 맡은 한국화가 이상열(43)씨는 처음 만난 어색함도 잠시 어느새 소설의 내용과 삽화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나눴다.

먼저 김하기씨는 "석굴암은 대단한 유산이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석굴암에 관해 역사적으로 검증된 정보는 물론 과거 신라인들의 애틋한 로맨스도 풍성하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하기씨는 또 "주인공인 고구려 유민이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의 신임을 얻고, 경덕왕의 둘째 부인 만월을 두고 경덕왕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등이 소설의 흥미를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팩션(faction)이다. 팩션은 고증된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적절하게 버무린 소설 형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 <다빈치 코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김하기씨는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석굴암 조성의 사상적 배경에 관한 비판적 고찰'로 삼았을 만큼 석굴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그가 새롭게 해석해 낸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이상열씨는 고민했다. 삼국시대가 배경인 데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소설이니만큼 복식이나 주거환경에 대한 고증이라는 작업을 덤으로 안은 셈이다.

이에 대한 김하기씨의 대답은 유쾌했다. "옷을 입지 않은 장면이 많을테니 옷 걱정은 별로 안해도 된다"고 말해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상열씨는 "복식과 주거 부분은 충분한 고증을 거치고 과장된 크로키는 자제하겠다. 대신 추상성이 가미된 삼국시대의 문양을 적절히 사용해 새로운 느낌의 삽화를 선보이겠다"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김하기씨는 10년 전 쯤 본보에 부산의 은밀한 곳, 완월동을 과감하게 묘사한 소설을 연재하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중단한 것에 대해 본보와 독자들에게 부채감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하기씨는 "고향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소설을 보여주고 싶다"며 "울산과 석굴암에 대한 추억과 흔적을 더듬어서 풍부하게 되돌려주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상열씨도 "단순히 평면적인 그림보다는 조형성을 많이 살린 작품을 선보이겠다"며 소설 읽는 재미와 함께 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거들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 김하기씨 약력

△1958년 울산 출생

△1989년 단편 '살아 있는 무덤'(창작과 비평, 가을호) 등단. '완전한 만남'으로 제1회 임수경통일문학상 수상

△1992년 제10회 신동엽창작기금 수상

△부산대 철학석사, 문학박사

△소설집 <완전한 만남>(창작과 비평사), <은행나무 사랑>(실천문학), <복사꽃 그 자리>(문학동네)

△장편소설 <항로 없는 비행>(창작과 비평사), <천년의 빛>(고도)

◆ 이상열씨 약력

△1964년 경북 봉화 출생

△홍익대 미대 동양화과졸업

△2004년 군자호박전(갤러리 창, 울산)

△2005년 통도사 대밭에 부처님 꽃이 피다전(통도사 서운암)

△2006년 흠매전(갤러리 보우, 울산) 등 개인전 다수

△울산미술협회 회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