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자(45) 시인은 1997년 문예지 <심상> 3월호에 시 '호박을 심으며'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일상의 소소한 감상과 유년의 기억과 맞닿은 자연을 평범한 여성의 시선으로 묘사했다.

그는 등단 7년만인 지난 2004년 첫 시집 <가구의 꿈>을 내놓았다. 꽃, 나무 등으로 상징되는 자연과 가정주부로서 빨래하고, 밥 짓고, 청소하는 생활 속에서 포착한 시정을 중심으로 시집을 꾸몄다.

산문시가 많은 것도 이 시집의 한 특징이다. "소설을 쓰고 싶어 처음 문학을 시작했다"는 그는 '현금지급기 앞에서', '하늘로 오르는 물고기', '산부인과에 가면' 등 다양한 산문시를 선보이고 있다.

굳이 산문시의 형식을 띠지 않더라도 대부분 시편은 행을 붙여 읽어도 끊어지지 않는다. 사물과 감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하는 산문정신 탓에 그의 시들은 질척거리지 않는다.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으나 과장된 감상에 부대끼지 않고 부담없이 시를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암 병동 지붕 위 피뢰침 옆에 앉아/ 서서히 밀려오는 어둠의 거리를 내려다 본다./ 슬금 슬금 꽁무니 빼는 일상들이 보이고/ 빌딩 그림자 붙들고 늘어지는 찰거머리/ 그 빛, 빛들이 내 생각처럼 사라지고 있다./ 소독기에서 피어나는 조팝꽃 무더기/ 생각들이 바삐 걸어나간 내 머리 속에서/ 보글 보글 자리잡고/ 살아가야 하는 길, 살아 온 길/ 길게 늘어진 링-게르 방울 방울/ 온 몸으로 나를 흔들고 있다.'(시 '어둠 속에 버티고 선 지붕 위 피뢰침' 부분)

시집은 또 화자가 여성임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화자는 아침에 집 안을 청소하다가 베란다에 창 틈에 낀 무당벌레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시 '겨울, 무당벌레'), 산부인과에서 의사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는 여성들에게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시 '산부인과에서').

나팔꽃, 투구꽃, 진달래, 얼음새꽃, 달맞이꽃 등 소재가 주는 여성성도 이같은 경향에 한 몫한다. 그는 눈 속에서도 피고, 삭막한 베란다 화분에서도 움을 틔우는 꽃을 집요하게 시적 소재로 사용한다. 유년 시절 지천으로 들판에 널려 있던 꽃에 대한 기억으로 갑갑한 도시에 살면서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울산작가회의와 심상시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제1회 울산작가상을 수상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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