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비엔나

'허무와 절망, 퇴폐와 음울'로 대변되는 세기 말의 전형적인 풍경을 창조와 변혁, 생산의 열정으로 바꿔놓았던 19세기 말 빈의 풍경에 대한 세밀화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현대건축의 개념을 정립한 오토 바그너, 현대음악의 창시자 아르놀트 쇤베르크, 빈 분리파 회화를 이끈 구스타프 클림트, 표현주의 예술가 오스카 코코슈카 등 이 시기에 빈이 산고끝에 탄생시킨 인물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저자는 빈을 제국주의 도시에서 급진적인 현대 도시로 바꿔놓은 이들의 탄생과 활동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이들의 활동 무대였던 빈의 변화상을 손에 잡힐 듯 자세하게 풀어낸다.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인 칼 쇼르스케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구운몽 펴냄. 508쪽. 3만원.

▶진해 벚꽃

경남 진해 출신의 작가 김탁환(38)씨가 자전적 성장 스토리 등을 담은 소설집이다.

김씨는 '불멸의 이순신',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등 장편 역사소설을 연이어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진해 벚꽃'은 1996년 이후 10년간 써온 단편을 묶었다.

"아버지는 명태 대가리를 그냥 버렸다고 밤새 어머니를 닦달하는 그런 사내였다"로 시작하는 '진해로부터 29년'은 이북 출신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소설가로 성장해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그렸다. 그밖에 동료 학생의 분신자살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386세대 작가의 자의식이 드러나는 '열정', 근미래 과학소설(SF) '외계 소녀 혈루 회복기' 등 다양한 소재의 소설 8편이 실려 있다.

김씨는 서울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해군사관학교 국어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민음in 펴냄. 336쪽. 1만원.

▶뮌헨 1972년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사건과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보복 테러를 다뤘다.

1972년 9월 5일 새벽, 제20회 올림픽 대회가 열린 뮌헨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들을 인질로 잡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생방송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 사건은 인질 11명 전원이 사망하는 최악의 결말을 보았다.

타임지 예루살렘 지국의 군사 및 정보 담당 특파원인 저자는 암살사건의 존재 여부를 인정하지 않았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접근, 이스라엘이 검은 9월단과 다른 테러 조직을 대상으로 벌인 '그림자 전쟁'을 저널리즘적 시각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다.

논픽션이지만 소설과 같이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을 취하면서 생생하고 역동적인 문체로 테러사건들을 재연하고 있다.

아론 J. 클라인 지음. 문일윤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 32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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