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수와 코치들이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세계선수권대회 1위 입상자에 대한 병역면제혜택도 주장했다고 한다. 또 한 프로야구선수가 이번에 개최되는 아시안게임 야구드림팀 구성에 탈락되어 결국 31세에 군대에 가게 되었다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두고 여러 시각의 기사도 보인다.

 우리나라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를 진다. 이를 우리는 "국민의 4대의무"라 하여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외워왔다. 국방의 의무는 통상 병역의 의무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은 앞의 두 의무는 너무나도 잘 이행하고 있다. 별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교육의 의무는 지나칠 정도인 것 같다. 어느 골목길에 가봐도 학원, 교습소 간판이 먼저 눈에 띈다. 그런데 뒤의 두가지 의무는 꺼려하고 회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릴적부터 당연히 여겼던 "신성"한 의무의 인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일찍부터 외침에 많이 시달렸기에 엄밀한 국민계병제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징병제를 채택하여 왔으나, 운영의 잘못으로 군포의 폐해가 컸다. 이로 인해 병역의무 기피는 옛날부터 있어왔다. 서양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나폴레옹의 유럽제패의 영광을 본 후 그제서야 각국에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병역의무를 다하였다고 하여 특별한 혜택은 부여하지는 않는다. 병역의무의 경우에도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아니"할 뿐이다. (몇 년전 병역법에 따라 군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이른바 신성한 의무를 다 하는 것일 뿐,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이를 특별한 희생으로 보아 제대군인에게 공무원채용시험에 있어서 가산점을 주고 있는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월드컵대회에서 국가대표선수들이 그 열망하던 16강을 넘어서 4강의 신화를 일궈내자 정부에서 병역면제의 혜택을 부여하였다. 이에 타종목 국가대표선수들의 공과에 대해선 어떻게 처리해야하는 지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어떤 정책수단으로서의 병역면제혜택이 적합성과 합리성을 갖고 있는 지 또한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병역법에서는 병역특혜가 아니라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제도를 규정함으로써 병역자원의 일부를 군 소요인원의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국가 경쟁력제고를 위하여 지정업체에 연구활동 또는 제조생산인력으로 활용하도록 하여, 병역의무의 대체복무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특례제도를 정비하여 특혜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방백서에서 발표된 의식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지며 대다수 한국인들은 병영에서 보내는 그 청춘의 시간을 값있게 생각한다고 하며, 64%의 한국인들은 군복무 경험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고, 국민의 77%가 현재와 같은 집병제유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징병제는 한창 때인 20대 청년들의 군입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나 군입대자 개인의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방법만 있다면 병역의무를 면제받으려고 하는 입대예정자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단일민족으로 생존하여 오늘 "대~~한민국"이라고 외쳐될 수 있도록 만든 그 근원이 신성한 병역의무의 부과에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린 시절 동네어른들은 들판에서 지나가는 군인을 보면 일부러 불러서 참을 같이 먹고 가도록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배고픈 시절에 고생하는 군인으로 인식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든든한 우리의 아들이라 생각하는 면도 있었을 것이다. 휴가나온 삼촌의 전투모를 자랑스럽게 쓰고 길거리에 나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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