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음 심씨 8대 주손…울산 토박이
사법고시 합격후 인권변호사 첫발
10여개 시민단체 참여 활발한 활동
정치지향적·우유부단함 단점 평가

열린우리당 심규명 후보는 시장후보로 확정된 지난 20일부터 매일 10㎞씩 뛰고 있다.

그는 '110만 울산시민 만나기 365km 마라톤 대장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4일 현재 약 52km 정도 달렸다고 한다. 선거일인 다음달 31일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한 그는 "발로 뛰는 건강하고 패기 넘치는 행정을 해보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심 후보의 이같은 발상을 놓고 주위에선 엉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서민적이고 소탈한 평소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작 자신은 뛰면서 만난 울산시민들을 통해 울산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심 후보를 접해본 사람은 소박한 인간성에 먼저 호감을 가진다. 세상만사를 다 털어놓아도 흔쾌히 받아줄 것 같은 이웃집 형님 동생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지향적인 변호사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그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수가 10개에 육박할 정도여서 '이름을 내기 위한' 것 쯤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를 잘아는 사람들은 이번 선거의 출마도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끝까지 출마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정치와는 당초 담을 쌓을 정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점에 비춰 항간에는 '젊은 사람으로 다소 우유부단하고 소신이 없다'는 시선도 받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정치에 생각을 갖고 일찌감치 정치인으로 활동을 했다면 인지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반박했다.

심 후보는 시장출마 배경과 관련, "다양한 시민·봉사단체의 활동을 통해 시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터득했고, 실제로 그사람들을 위해 법적 활동을 해왔다"면서 결국 이같은 사회의 문제점을 좀더 현실적으로 쉽게 접근하기 위해 시장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 울산의 개혁그룹 차세대 선두주자

심 후보는 사법고시(제35회)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친 후 판·검사를 하지 않고 고향 울산에 내려와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당시 얽힌 일화도 많다. 인권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딘 97년 당시, 국선변호인으로 손자 1명과 같이 어렵게 사는 할머니를 변론해 승소한 적이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손자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은 "다음에 크면 꼭 심규명 변호사에게 은혜를 갚으라"라는 말이었다. 지금도 그말을 한번씩 되새기면서 어려울 때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웃는다.

그는 이후 인권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다시말해 장애인·노약자·여성 계층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참여자치, 환경련, 경실련 등 울산의 시민사회 운동단체에 그의 이름이 눈에 띄게 된다. 이같은 사회·봉사단체의 활동은 지금에와서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자산이 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 야음 심씨 8대 주손의 인생역정

심 후보는 '울산의 뿌리 깊은 성씨'중 하나인 야음 심씨 8대 주손이다. 북구 송정동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 아래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중·고교를 울산에서 나와 사법고시를 거친 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개혁성을 겸비한 차세대 리더로 평가받기까지 그도 누구못지않게 다양한 인생 역정을 갖고 있다.

호기심 많은 4살때 소꼴을 만드는 작두로 장난을 치다 작두에 왼쪽 엄지손가락이 들어갔다. 지금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손가락이 잘린 아픔보다는 놀란 심규명을 업고 '어찌하면 조을꼬'라는 한탄을 하시며 뛰어가던 숙모님의 모습이 어렴풋할 뿐이다. 이로 인해 군입대하는 친구들을 배웅하며 군 면제받은 남모를 아픔도 삭였다고 한다.

공부를 제법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커왔지만 재수를 통해 84학번으로 고려대 법대에 들어가서, 2번의 낙방 끝에 93년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96년 대학 선배인 송철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의 권유로 같은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개업했다.

심 후보는 대학시절 만난 지금의 아내가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각별한 인연이라 말한다.

호남 출신에다 가난했던 집안에서 자란 아내를 탐탁치 못하게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8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고 한다. 결혼 후 임신 중에도 20만~30만원 받는 학원교사 생활을 통해 생활비와 남편의 고시 공부를 뒷바라지 하고, 두번 낙방한 남편을 격려해 준 인생의 동반자라고 자랑한다.

◇ 심 후보를 돕는 사람들

심 후보는 시장 후보로서 풍부한 인맥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대학선배이자 법조계 선배인 송철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비롯해 같은 집안인 심완구 전 울산시장, 자신을 후보로 추천한 강길부 국회의원 등을 우선 후원자로 꼽을 정도다.

또 학성고 은사로 인연을 맺은 이정환 해양수산개발원장, 열린우리당의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 송영길(인천 계양을) 의원 등이 법조계와 대학관계의 인연으로 힘들고 어려울 때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정·관계의 부족한 인맥을 지역의 다양한 계층에서 '수혈'받고 있다.

2만 세대에 가까운 심씨 문중과 송정초·울산중·학성고·고대 동문,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맺어진 각종 단체 및 지인들이 이번 선거의 '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학연·혈연·지연 중심의 선거보다 행복한 울산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통해 판단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에 동참하고, 이를 찬성하는 110만 울산시민이 저를 돕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 인생관과 행정 시각

심 후보는 자신의 성향을 스스로 '중도 진보'라고 규정했다. "진보라는 개념이 보수 성향에서 볼 때 불안한 젊은 세대라고 단정하지만 진보없는 역사가 없는 만큼 의미 있는 개혁은 시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같은 성향은 곧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심 후보는 스스로에도 엄격히 적용하지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줄곧 사용한다. 옛날 당나라 때 인재 등용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과거에 급재해도 바로 등용하지 않고, 임용되기 위해서는 성적뿐만 아니라 신언서판(身言書判) 네 가지를 두루 갖추어야 했다. 신체가 건강하고, 백성을 올바르게 설득할 수 있는 말솜씨가 있어야 하고, 인격을 갖추어야 하며, 시비를 가릴 수 있는 판단력과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도시의 흥망성쇠와 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 행정이다. 현실안주의 전시행정이 아니라,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도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도시계획을 세워야 하며, 미래환경에 대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 행정의 시작과 끝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행정은 직접적으로 시민의 소득을 높이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지만,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제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유치·외자유치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찾아나서야 하고 모든 시민을 아우르는 통합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소신이다.

따라서 시장은 사회양극화가 극복할 수 있는 통합과 분배의 리더쉽을 갖춘 시장이 돼야하고, 시민편의의 생활행정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 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프로필

송정초등·울산중·학성고/고려대 법학과/울산대 정책대학원(행정학 석사)/제35회 사법고등고시(사법연수원 25기)/울산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울산경실련 회원/울산참여자치연대 아파트공동체 시민센터 소장/울산라이온스클럽 회장/울산여성의전화 이사/옥서초등 운영위원장/(사)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현)/인애복지재단 꿈나무어린이집 대표이사(현)/국제라이온스클럽 355-I지구 제7지역2지대 위원장(현)/법무법인 정우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현)/열린우리당 중앙당 인권특위 위원장(현)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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