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5일 한·일 관계의 '조용한 외교' 탈피를 골자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담화에 대해 일단 관망하면서도 "국내용 메시지"라며 애써 평가절하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특별담화 직후 "국내용 메시지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총리관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일·한 우호관계를 대전제로 냉정히 대처하고 싶다"며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그렇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언제나 말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원인을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한국쪽으로 돌렸다.

아소 다로 외상도 이날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 출석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주변 해역조사는 한국측의 해저지명 제안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역사문제와는 관계없다"며 독도 문제를 과거사와 결부한 노 대통령의 담화를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노 대통령의 담화가 지난해 3월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했을 때 한국 정부가 발표했던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철저한 사과 요구 △독도 영유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 추진 등 4개 항목의 대일정책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노 대통령이 '조용한 외교' 탈피를 천명했지만 작년 독도.교과서 왜곡기술 등으로 촉발된 일련의 양국 갈등 이후 사실상 한국측의 대일정책이 강경기조로 바뀌었던 만큼 새로울게 없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외무성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담화가 '동해 대치' 협상이 "일본에 유리하게 타결됐다는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담화의 어법은 강경하지만 '다케시마' 문제를 둘러싼 외교차관 협의의 내용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 정권은 '다케시마' 문제에서의 대처에 대한 국내의 비판을 의식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만큼 이러한 반응을 예상해왔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노무현 정권이 다음달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유리하도록 대일 강경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다음달 시작하기로 한 한국과의 EEZ 경계선 획정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토록 지시한 것도 이러한 판단에서다.

다만 일본측의 공식 반응은 신중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아베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 특별담화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우선 담화를 상세히 읽어본 뒤 분석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