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로 7조원을 쓰도록 만들고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현행 입시제도가 어떤 식으로든 개혁돼야 한다는데 크게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때에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임기내에 지역할당제를 포함한 다양한 입시전형을 실시하겠다고 천명해 주목된다. 정 총장은 지난달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지역인구 비례별로 쿼터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에 지역할당제를 포함한 다양한 입시전형 실시계획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지역할당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서울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함께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서울대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학벌지상주의 폐단을 없애려면 고교 교육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서울대 입시전형부터 개혁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지역할당제도 한 방안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에만 해도 당국의 대학입시 정책이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수없이 바뀌었으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서울대가 스스로 근본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는 데 대해 딴죽을 걸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번에 정총장이 다양한 입시전형 방법의 하나로 제시한 지역 할당제만 해도 이미 학계에서 지방대 육성책의 하나로 제시됐던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함으로써 사회통합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는 이 제도는 미국 유수대학들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물론 이 제도가 도입되려면 학내 의견조정이 선행돼야 하고 교육당국의 검토과정도 거쳐야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미리 손을 내저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니 전문가의 처방이 나오겠지만 전체 모집인원중에서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거나 정원외에 일정 인원을 뽑는 방법 등으로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면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 총장은 취임식에서 서울대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나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지성인"의 육성을 제시했다. 지역할당제 등 다양한 입시전형 계획은 이같은 정 총장의 서울대 개혁론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학벌지상주의 폐단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가 이에서 벗어나 "큰 사람"을 키우는 학문의 전당으로 거듭나려면 입시전형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의 발전적인 모습이 우리나라 대학 입시전형 개혁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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