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식인은 정치가를 경멸하고, 정치가는 지식인을 깔보고 업신여긴다" 프랑스의 대문호 로맹 롤랑의 말이다. 용기있는 일급의 지식인은 결코 경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고통치권자에 대한 미국 엘리트들의 의식은 삼류지식인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사사건건 비판적인 지식인들이 케네디가 당선되자 잠잠했다. 워낙 매력적인데다 퓰리처상을 받을 만큼 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부통령 존슨이 승계했을 때 "아유, 저런 게 대통령이면 나는 안 해"라고 한숨 쉬던 시민들이 닉슨이 등장하니 "저 정도가 대통령이야"라며 빈정거렸다. 아내로부터 "우연히 대통령이 된 사람"이라는 언급을 들었던 포드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자 "별게 다 대통령이야"라고 비아냥됐다. 무명의 주지사였던 카터가 출마했을 때 "지미가 누구야"했고, 신문의 칼럼은 "포복절도할 웃음거리가 필요하다"고 야유했다.

유머 소재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직업이 정치인이다. 공산주의국가도 예외가 아닌데, 흐루시초프의 솔직한 고백처럼 정치가란 시냇물이 없어도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사람들인 까닭이다.

앵무새 한 마리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레닌은 사기꾼, 스탈린은 인간백정, 흐루시초프는 무식한 떠버리, 브레즈네프는 부패한 공산당두목" 즉각 KGB에 체포되어 끌려갔다. 닭장 안에 수용되었는 데 앵무새에 반한 수탉이 성희롱을 시도하자, 격분한 앵무새가 이렇게 소리쳤다던가. "수탉동무 착각하지 마시오. 나는 매춘범이 아니라 정치범이라구"

#2.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 부패한 정부와 비열한 정치인들을 매섭게 질타했다. "미국의 국회의원은 모조리 썩었다"고 거침없이 비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화가 난 의원들이 누가 썩었는지 밝히고 비리를 증명하라고 거칠게 공격했다. 며칠 후 흥미진진한 성명이 발표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한 말은 타당하지도 않을뿐더러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렇게 수정한다. '미국의 어떤 국회의원은 썩지 않았다' "유머리스트의 기발한 위트가 통쾌하다.

풍자란 재치있는 비유와 웃음을 무기로 사용하는 수준 높은 비판이다. 폭력행사는 법이 금지하므로 부조리와 모순을 우스꽝스럽게 조롱하는 것이다. 김치의 종주국 대한민국에 김치와 정권을 빗댄 풍자가 있다. "박정희는 보쌈김치정권(마음에 안 들면 보쌈납치) 전두환은 깍두기정권(조폭수준의 철권정치) 노태우는 물김치정권(물태우) YS의 파김치정권(외환위기) DJ의 나박김치정권(최초의 전라도정권) 노무현의 겉절이정권(이렇게 겉도는 정권은 처음) " 웃음 속에 예리한 비수가 숨어 있다. 풍자와 진실 사이의 삼투압이 빠듯하다.

#3. 유머에서 타인을 비하하면 유죄고 자기비하는 무죄다. 자신의 실수와 단점을 드러내는 인간적 유머가 친근감을 유발한다. 외모를 이용해 망가지는 유머를 구사한 고수가 링컨 대통령이다. 그는 이왕 못난 얼굴 차라리 세상에서 가장 못 생긴 얼굴이 되자고 결심했다는 데…. 어느 날 더 추한 사람을 만나 권총으로 쏘려고 했더니 상대가 "왜" 라고 물었다. "자네가 나보다 더 못생겼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다" 그 사나이의 반응이 걸작이다. "그래, 너보다 더 추한 얼굴로 사느니 죽는게 낫겠다. 어서 나를 쏴라" 자기를 낮추는 거인의 유머가 따뜻하다.

욕설은 익살로 대체하고 독설은 해학으로 바꾸자. 그리하여 차가운 웃음보다는 부드러운 미소를, 쓴웃음 대신에 폭소를 터뜨리자. 웃음횟수가 늘면 노사갈등이 3분의 1로 줄고 이혼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세상. 눈물나도록 웃으며 살 일이다.

송왕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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