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들에게 뇌졸중, 심근경색 등 동맥경화성 질환의 재발을 막는 치료가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아진 심장혈관 부위에 스텐트라는 금속 망을 삽입한 협심증, 심근경색 환자들은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게 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함께 플라빅스라는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치료를 해도 혈관이 잘 막히는데, 이들은 유전적으로 간에서 약물을 대사하는 효소의 일종인 CYP3A5의 기능이 떨어지는 'CYP3A5 비표현형'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 교수팀은 심장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한 348명의 환자를 CYP3A5 유전자형에 따라 표현형과 비표현형 2개 그룹으로 나누어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혈전성 합병증 발생 빈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CYP3A5 비표현형' 환자들은 표현형 환자들와 똑같은 약물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전성 합병증의 빈도가 약 5배나 높았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CYP3A5 비표현형'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에게는 제3의 항혈전제를 투여하거나, 기존 약제의 용량을 증량하는 등 맞춤형 치료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협심증, 심근경색 환자는 고혈압, 고지혈, 협십증 약을 함께 복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약이 하나씩 늘 때마다 혈전성 합병증의 발생 빈도가 3배씩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된 것.

간 효소 CYP3A5의 더 큰 단위인 CYP3A라는 효소는 일부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협심증약, 항생제, 위산억제제, 무좀약 등 간에서 가장 많은 약물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구본권 교수는 "대부분이 관상동맥 질환 환자는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플라빅스의 효과는 더 떨어진다"며 "특히 'CYP3A5 비표현형'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들을 위해 함께 복용하는 약의 종류를 조정하거나 항혈전 치료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라빅스는 아스피린과 함께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동맥경화성 질환의 악화와 재발을 막는 항혈전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물로 최근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동맥경화 환자가 많아지면서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스피린 역시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양해 유전적 요인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런 치료효과의 차이를 '저항성'이라고 표현한다. 이것을 극복하고 동맥경화의 진행과 악화를 막는 일은 심장내과 분야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논문는 '캐나다 의학회지(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에 6월6일 출판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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