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지난 86년 창단해 전통있는 명문 구단으로 그 위치를 굳혀온 현대 여자농구단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우승 트로피를 안아보는 것.

 16년 세월 동안 준우승은 수도 없이 해봤지만 언제나 우승 문턱에서 눈물을 삼켜야했던 현대 선수들로서는 너무도 당연하고 절실한 꿈이었다.

 실업 시절이던 94년과 97년, 금융팀과 실업팀으로 나뉘어 치른 농구대잔치에서우승하긴 했지만 「반쪽 대회」로 취급됐기 때문에 그 의미 역시 온전치 못했다.

 프로에 들어와서도 현대의 준우승 징크스는 걷힐 줄을 몰랐다.

 99년 여름리그를 시작으로 무려 4차례나 2등만 했다.

 그 사이 전주원, 권은정, 박명애 등 주전들은 노쇠 기미를 보였고 위세당당했던모그룹 현대가 위기를 맞아 계열 분리되면서 농구단은 그 어디에서도 맡으려 하지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 사이 농구단에 남다른 애착을 갖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타계했다.

 결국 지난해 현대 선수단은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청운동 현대체육관에서도 쫓겨나 거리로 나앉을 신세가 되는 등 「격세지감」을 느껴야만 했다.

 근근히 간판만 유지해오던 농구단은 다행히 올 여름리그를 앞두고 고(故) 정 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전격적인 지원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준우승만 단골로 했던 명문구단으로서 역사 속에 남을 뻔했던 현대여자농구단에다시 한번 기회가 온 것이다.

 심기일전한 현대는 공석이 된 사령탑에 남자프로농구 KCC 코치였던 박종천 감독을 영입해 팀 분위기를 쇄신했다.

 약 1년 전 오른 무릎을 다쳤던 전주원도 서른의 나이도 잊은 채 피눈물나는 재활 노력으로 팀에 복귀했고 두 시즌 동안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샌포드도 우승을 위해 잔류시켰다.

 전주원과 마찬가지로 노장 축에 끼는 권은정, 박명애, 정윤숙 등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들은 모두 가정이 있는 이른바 「아줌마 선수」들이지만 한번도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뒤로 하고 은퇴하기에는 너무도 아쉬웠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여름리그가 시작하기 전 중상위권 정도로 분류됐던 현대이지만 이들은 체력의열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의 젊은 선수들보다 한 발짝 더 뛰는 투혼으로 이를 극복했다.

 결국 꿈을 향한 「아줌마」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는 순간은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후 그 어떤 우승 순간보다도 아름다웠다.

 눈물로 뒤범벅이 된 채 서로를 얼싸안고 바라보기만 했지만 말이 없어도 이들은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눈물을 많이 흘린 전주원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12년만에 처음 우승해 본 것 같다』며 더 이상의 회한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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