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교육현장의 초미의 관심사인 일련의 홍명고 사태에 대해 울산 광역시 교육행정의 책임자는 물론이요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생각하는 양식 있는 교육자의 해법과 결단을 대다수 학부모들은 고대하고 있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이 이 지경에 처하게 되었는지 걱정이다. 교사들은 몇달 며칠째 농성을 벌이고 있고 학부형과 교사·학생들은 거리로 진출, 교육청 앞에까지 나와 시위하는 사태가 이미 발생됐다. 임시이사 파견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여 관선이사 선임 후 벌써 일년이 넘도록 사태 해결의 진전은 커녕 더욱 악화되어 아무 죄도 없이 고교 평준화 조처로 홍명고에 입학한 어린 학생들만 희생을 감수하고 있지 않은가.

 무릇 학교의 선생이 가르치는 것을 중단하고 학생이 학습권(수업)을 박탈 당한다면 이는 학교 본연의 의무를 포기하고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미 교육기관으로써 권위와 존경을 상실한 것이 아닐까? 이것이 어찌 비단 홍명고등학교에 국한된 문제이리요. 이 심각한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교육 당사자가 있다면 이는 교육자이기 이전에 인격 결함의 문제일 것이다. 고교평준화 이후 지금까지 홍명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순전히 타의에 의한 희생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른들이 조변석개식으로 만든 교육제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요즘 일본처럼 입맛데로 특성에 따른 학교 선택은 못할지라도 다른 좋은 학교도 많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내가 이 학교로 보내졌을까 하는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혹 내년에 이 학교로 배정될 지도 모를 중3학생들과 학부형인들 또 얼마나 불안스려우랴.

 이미 전 이사장(설립자)이 법의 심판을 받아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된 후 전교조 교사들의 강력한 임시이사 파견 요구들이 관철되었으면 지금쯤 무엇인가 변화되고 새로워져야 하는데, 교사들의 농성을 더욱 치열해지고 학부모들의 염려와 원성은 높아 가니, 가엾은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마침 학교 운영위원들이 뽑은 교육위원 중에는 본교 관선이사도 있고 또한 광역시장과 교육감도 취임 직후 노심초사 하며 누구보다 사건의 심각성을 깊히 인식하고 즉각 해결하겠다는 의견을 보인 바 있다. 이제는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시기가 무르 익었으리라 믿는다.

 한때 잠시나마 관선이사 선임 직전 감사로써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실마리를 풀기 위한 대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의 완강한 반대와 폭언 등 대화단절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사퇴했던 아쉬움을 토로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 이해 당사자인 한 선생님의 정중한 사과와 대화 제의는 참으로 홍명고 사태의 상황이 이제 변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본인은 공청회 개최를 제안하는 바이며 이와 더불어 교육감과 교육위원 그리고 광역시장께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사태 해결의 의지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 시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교장과 전교조 교사, 학부모, 학생, 전 이사, 관선이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자리에서 전술한 현안 문제들을 추려내어 백일하에 허심탄회한 논의를 한다면 대화로 못 풀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감히 제안한다.

 다시금 이 화급한 홍명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울산광역시 교육행정의 책임자와 교육지도자들의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촉구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보여주기 바란다. 〈이철수·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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