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업탑로터리 인근에 있는 뉴컴퓨터정보처리학원에는 수강생들로 구성된 봉사활동단체 "아랑회"가 있다. "아이들의 사랑"이란 뜻을 가진 아랑회는 9개 학교 학생 93명이 가입해 있다. 이 학원에 다닌다고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동아리도 아니고, 또 이 학원 수강생들만 가입돼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랑"을 가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다. 학교마다 자원봉사동아리가 있지만 아랑회 회원들은 학교동아리와는 뭔가 다르다고 말한다. 학교와는 달리 선후배의 관계가 부드럽고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동아리 가입이 반 강제적인 학교와는 달리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에서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 매력이다.

 아랑회는 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김진우씨(30·뉴컴퓨터정보처리학원)가 만들었다. 김진우씨는 그가 "학생 때 미처 알지 못해 할 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을 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랑회를 구성했다. 어느새 1기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올해 4기를 모집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이 모임이 지속되리라는 생각을 못했다.

 "방학 때 수강생들과 함께 재활시설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었죠. 의외로 아이들이 적극적이고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갖고 아랑회를 구성했죠."

 사실 상고 학생들은 거의 컴퓨터학원을 다니고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컴퓨터를 배우는 외에 어떠한 정신적 성장이나 사회적 도움을 얻기는 어렵다. 학교와는 달리 돈을 지불한 만큼의 성과를 이루어야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을 얻으려 하지도 주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 학원의 생리다.

 "아이들끼리 서로 인간적인 연계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첫째 목적이었구요, 그 다음에 마음을 여는 것, 상대를 믿는 것, 옆사람을 돕는 것, 남을 배려하는 것 등을 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울산상고를 다니면서 이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웠던 그는 누구보다 수강생들의 마음을 잘 안다. 성적이 않좋아 인문계를 못간 아이들, 가정형편이 어려원 진학을 포기한 아이들, 그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던 착한 마음을 끄집어 내서 나름의 보람을 찾게 한 것이다.

 김진우씨의 마음이 순수했던 덕일까. "아이들의 사랑"은 점점 커져갔다. 93명이나 되는 회원들은 5개로 조를 나누어 봉사활동을 펼치고 봉사활동 후에는 봉사일지를 남김으로써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랑들은 이제 "명예로운 아랑회"라는 뜻의 "예랑회"를 조직해 더 큰 사랑을 준비하고 있다. 아랑회가 이제는 그의 도움없이도 자발적으로 움직이지만 그는 변함없이 대부분의 아랑회 활동에 동행한다.

 "아이들과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우리 아이들이 솔선해서 힘든 일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 보다 아랑회가 우선이고, 학교 보다 학원이 더 재미 있고 그 이유는 아랑회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바로 내가 "살아가는 이유"죠."

 김진우씨는 아랑회를 만들기 전부터 재활시설을 방문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 지금도 울산시자원봉사센터, 남구종합사회복지관, 울산시청소년자원봉사센터, 나눔터 등 그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단체에 언제든지 달려간다. 그가 그렇게 "나보다 불편한" 이웃들에게 눈을 돌린 것은 뇌성마비를 가진 동생이 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제 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했지만 따뜻한 사회를 꿈꾸는 그의 발걸음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됐으면 합니다. 월드컵이라고, 연말연시라고 너도나도 자원봉사를 외치다가 금세 사그라들죠. 물론 그것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봉사활동이 생활화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죠."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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