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 심수구씨(53)가 색다른 작품으로 10년만에 울산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2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울산시 남구 달동 갤러리통. 개막식은 23일 오후 6시30분.

 색채, 형태, 구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면서 그림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갈구하던 심수구씨가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작품은 의외로 화면 가득 일정한 크기로 자른 나뭇가지를 세워 붙인, 단순한 작품이다.

 합판 위에 접착제를 놓고 자잘한 나뭇가지를 빈틈없이 붙여 화면 전체를 메꾸어나간다. 간혹 돌멩이 또는 목화 등의 이물질을 붙이기도 하고 물감으로 꽃을 그려넣거나 겉만 살짝 태운 나뭇가지를 한편에 나란히 붙이기도 한다. 그것들은 형태나 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은 작가의 장난기에 지나지 않는다. 명제도 〈싸리나무-돌다리같은〉, 〈싸리나무-불꽃처럼1〉, 〈싸리나무-꽃처럼1〉 〈싸리나무-물결같은〉 등으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붙였다.

 그는 "개념적, 철학적인 고민을 거듭했으나 결국 그림에 본질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도달하면서 관념의 덫에서 탈출하여 자유롭고 싶었다"면서 "눈에 보이는 물질, 그 자체가 내 그림의 토대이자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래 몇년동안 시골에 살면서 나무와 풀에 관심을 갖고 한동안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나무이야기〉를 표현해오다가 처마 밑에 쌓아둔 장작더미가 주는 풍요로움에 이끌려 나무를 쌓기 시작했다. 그 장작더미는 그에게 한국적인 정서와 함께 하잘것 없어보이는 물질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그는 "쌓는다(積)는 것과 짠다(織)는 것은 우리의 정서와 미적 요소"라며 "반복과 차이를 펼쳐가면서 장난기 어린 사건 하나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잘것 없고 잔잔한 것이 엄청난 큰 실체를 구축하기도 하고 커다란 함성을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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