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은 시민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다. 녹물이나 악취 등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상수원에서부터 각 가정까지 수돗물이 배달되는 전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해 원인과 처방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당국은 체계적인 대응과 주민 홍보는 고사하고,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대처했다. 어디 그뿐인가.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 "H빌라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100~150mm 상수도관이 오래돼 일부 가구에 녹물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궁색하면서도 무책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익히 알다시피, 수돗물에 대한 일반의 불신은 여전하다.
환경부가 2003년 8월 수돗물 음용실태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1%만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답했다. 또 45.8%가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고, 33.6%가 수돗물을 다시 정수기에 걸러서 마신다고 답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런데 수돗물에서 녹물이 3개월이나 나왔으니 지역 주민들의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것도 위생문제에 가장 민감해지는 여름철에 말이다.
아무튼 노후관에서 녹물이 나왔으니 방법은 하나다. 노후관을 교체해야 한다. H빌라 주민과 일대 주민 50여 가구를 녹물의 공포 속에 더 이상 놔둘 수는 없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노후관을 교체할 것"이 아니라 당장의 대안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