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일부지역 수돗물에서 3개월째 녹물이 나오고 있어 아우성이다. 남구 달동 H빌라 주민들은 "지난 6월초부터 3개월째 수돗물에서 시뻘건 녹물이 섞여 나와 식수는 물론 빨래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산시의 상수도 행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상수도 사업본부에다 수차례 대책을 호소했으나,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 가관인 것은 상수도사업본부의 대처 능력이다. 3차례나 현장을 방문하면서 그때마다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인규명과는 거리가 먼 민원 담당자와 운전기사 등이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상수도사업본부의 민원대처 능력이 이 정도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수돗물은 시민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다. 녹물이나 악취 등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상수원에서부터 각 가정까지 수돗물이 배달되는 전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해 원인과 처방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당국은 체계적인 대응과 주민 홍보는 고사하고,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대처했다. 어디 그뿐인가.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 "H빌라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100~150mm 상수도관이 오래돼 일부 가구에 녹물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궁색하면서도 무책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익히 알다시피, 수돗물에 대한 일반의 불신은 여전하다.

환경부가 2003년 8월 수돗물 음용실태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1%만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답했다. 또 45.8%가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고, 33.6%가 수돗물을 다시 정수기에 걸러서 마신다고 답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런데 수돗물에서 녹물이 3개월이나 나왔으니 지역 주민들의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것도 위생문제에 가장 민감해지는 여름철에 말이다.

아무튼 노후관에서 녹물이 나왔으니 방법은 하나다. 노후관을 교체해야 한다. H빌라 주민과 일대 주민 50여 가구를 녹물의 공포 속에 더 이상 놔둘 수는 없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노후관을 교체할 것"이 아니라 당장의 대안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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