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희씨(37, 남구 삼산동)는 이웃을 돕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직접 뽑은 "자장면봉사"를 나선다. 양육원생을 비롯해 농아인, 경로당, 장애인, 환경미화원, 영세민 등 대상도 다양하다. 27살인 92년에 달세를 얻어 중국음식점을 차리면서 시작한 이웃사랑이 올해로 만 10년째를 맞았다.

 음식봉사를 나설 때면 자장면의 면을 뽑는 기계에다 가스통, 미리 준비해놓은 양념바구니 등을 차량에 가득 싣고 가 쫄깃한 맛을 즉석에서 선사한다. 반점에서 자장면과 볶음밥을 미리 만들어 놓으면 자원봉사자들이 실어 가기도 한다.

 그가 가장 자주 찾는 곳은 한국맹인복지연합회 울산지부. 매주 2회씩 봉사활동을 한다. 월요일은 자장면, 토요일은 볶음밥이다. 한번에 평균 30~40명분. 자원봉사자들이 반점에 들러 만든 음식을 가져간다. 또 월2회씩 남구종합사회복지관에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31가구를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준다. 먹기 쉽고 즐겨하는 자장면소스가 주메뉴.

 한달에 한번씩 찾는 곳도 울산양육원, 울산남구종합사회복지관, 남구 삼산동 제2경로당, 지체장애인을 수용하고 있는 울주군 상북면 애리원, 통도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양로원인 자비원, 부산시 금정구에 있는 양로원 신망애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남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점심봉사는 대규모다. 노숙자나 독거노인, 영세민들을 위한 자리이다보니 보통 300명이 넘어선다. 남구 환경미화원 21명을 반점으로 직접 초청, 다과회와 음식을 대접한다.

 울산양육원생들 사이에서는 "자장면아저씨"로 통한다. 처음 봉사활동을 할 당시 코흘리게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음식을 나르고 만드는 것을 도와줄 정도로 자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수육을 해주고 싶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해 자주 해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쓰럽다.

 이광희씨가 이처럼 9곳에 한달동안 봉사활동을 펴는 횟수는 17~19차례. 처음 이광희씨를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웃하면서 "남을 돕는 것도 정도가 있지"라고 말한다. 심지어 "미쳤다"는 소리까지 하기도 한다.

 또 잦은 "출장 봉사"로 가게운영조차 소홀할 정도다. 그래서 아직도 1천500만원짜리 전세로 살고 있다. 그것도 이광희씨의 봉사활동을 안타깝게 여긴 건물주인이 싸게 전세를 내놓은 덕분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재벌 못지않게 부자라고 말한다.

 "이웃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 살 수 있을 정도면 더 바랄게 없죠"

 이광희씨가 이처럼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안달"인데는 어렵게 자란 어린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화전민이주대상자로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궁핍한 살림탓에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신문배달을 했다. 기억이 없을 정도로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늘 정이 그리웠다. 집세를 주지못해 쫓겨나기를 수차례한 끝에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뒤 배불리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이 좋아 중국음식점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10여년전 울산으로 오면서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은 그들의 피부에 와닿는 온정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지만 음식을 직접 만들어 그들을 돕기 시작했죠"

 이광희씨가 봉사활동에 매달릴 수 있는데는 아내의 보조역할도 한몫한다. 반점을 비울때면 아내가 주방을 맡는다. 시간에 쫓기고 생활비가 빠듯해 처음엔 갈등도 심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묵인한다. 그저 초등생 두딸과 다섯살짜리 막내아들을 위해 이웃을 생각하는 만큼만 가족도 챙겨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한달에 20회에 가까운 음식봉사 외에도 의용소방대원, 통장, 삼산동청년회장, 울산교통지도지도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주 첫째, 셋째주 새벽마다 동민들과 함께 대청소에 나선다.

 10년째 ‘미친듯이’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이광희씨의 바람은 지금보다 형편이 나아져 주방장을 두고 마음껏 이웃을 위해 자장면봉사를 하는 것이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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