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선 우리가 수십 년간 배워서 알아왔던 대로 태양계의 행성들이 9개가 아니고 12개로 늘려야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천체관측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행성을 단순히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는 크고 둥근 물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예외규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행성의 정의를 새롭게 하였는데 그것은 두 가지 조건으로 구분하였다. 그 하나는 중력의 중심이 태양에 놓이고 태양의 주변을 궤도를 따라 돌아야 하고, 둘째는 질량이 충분히 커서 구형을 이루는 물체여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행성의 범주에 들지만 태양을 도는 궤도 주기가 200년이 넘고 궤도가 찌그러져 있는 경우는 고전적인 행성보다는 플루톤(명왕성형 소행성)으로 분류하고 명왕성, 카론 그리고 2003 UB313(일명 제나)를 이 범주로 분류하였다. 그래서 그 동안 소행성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관찰되었던 세레스는 행성으로 정식 분류되게 되어 앞으로 고전적 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세레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9개가 될 것이고 플루톤으로 분류된 명왕성, 카론, 제나가 추가된다면 태양계의 행성이 모두 12개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성의 정의에 물체의 질량, 궤도 및 태양으로부터의 거리 등이 엄격히 고려된다면 플루톤의 수가 변할 수 있어 태양계의 행성 수가 9개나 12개가 아니고 23, 39, 또는 53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본질은 변할 리 없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태양계는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의 원시사회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모두 신의 섭리로 여기던 샤머니즘 시대였다. 그러나 자연현상을 하나 둘 이해하고 원리를 터득하게 되면서 인간은 자연현상을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갖게 되었고 이 지식을 예측하는 일 뿐만 아니라 원리를 이용, 편리한 도구들을 만들어 삶이 편리해지도록 많은 장치와 시스템들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이 능력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여 삶의 편의성을 높여 왔으며 옛날에는 생각지 못한 신기한 문명기기들을 우리에게 선물하였다. 요즘의 사람들은 과학기술로서 불가능 한 일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왜 생명에는 수명이 존재하고 그 수명은 변화시킬 수 없는지? 인간의 두뇌작용은 어떤 원리에 의한 것인지? 우주의 역사 속에서 인간들의 역사는 무한할 것인지? 이런 엉뚱한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머리만 복잡하다.

나는 성장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면서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혼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스스로는 틀림이 없다고 믿었지만 경험이 많은 어른들이 보면 미숙하고 요령부득이었을 수가 있다. 혼날 때는 수긍하는 척 하지만 뒤로 돌아서서는 어리석게도 자신의 생각이 계속 옳다고 여긴 일이 많았다.

두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강하게 믿으면 타인의 주장과 경험에는 별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인간두뇌의 작용이라 한다. 자신은 정의롭게 판단하기 때문에 타인의 주장은 편협되고 왜곡되게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자신만큼 곧고 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숙하여 자신만큼 폭넓은 사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훌륭한 결론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자아도취 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계도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하듯이 가치의 정의도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이준정 RIST 울산산업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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