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만명당 사망률 9%…1980년대 말보다 3배 급증
채식위주 식습관 개선·정기검진으로 초기 치료가 중요
유전요인도 5~15%차지 가족병력있을땐 세심한 주의를

"형편이 좀 나아지는가 했더니 대장암이 증가한다고?"

휴가의 정점을 이뤘던 지난 8월, 계곡 바다 어디에서든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참살이(웰빙) 열풍 탓에 육류 섭취를 줄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날'과 '고기 구워먹는 날'이 맞아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서 먹을 수 없었던 고기.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너도 나도 육류를 즐겨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육류 섭취량 증가는 대장암 발생을 덩달아 높이고 있다.

#대장암 왜 두려워해야하는가

대장암을 두고 흔히 '선진국 병'이라 부른다. 대장암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중 하나가 동물성 지방의 과한 섭취나 야채를 적게 먹는 식습관 때문. 하나같이 육류를 주식으로 하고 있는 선진국 사람들의 대장암 발생률이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동양의 각 나라들에 비해 높은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도 육류 섭취량이 늘면서 자연히 대장암 발생 위험에 놓이게 됐다. 1980년대 말까지만해도 10만명 당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3% 정도였지만 2004년 집계된 자료에는 9%로 증가했다. 20여년 만에 3배나 증가한 셈이다. 최근 들어 채식습관을 기르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지만 육류 섭취는 그래도 높은 편이라 누구든 대장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대장암 이렇게 발생한다

대장암은 우리 몸 속의 노폐물인 대변을 저장하는 대장의 점막에 생기는 종양이다. 대장 내면의 점막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무분별하게 증식한 것을 말한다. 이렇게 증식한 해로운 세포들은 결국 대장 벽에만 머무르지 않고 간, 폐 등 다른 장기로 옮아갈 수 있기 때문에 2·3차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대장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가 육류 위주의 식습관, 다른 하나가 유전적 요인이다.

육류 섭취가 증가하면 대장암 발생률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류에 함유된 동물성지방은 대장암의 발생시키는 위험 요인이다. 따라서 변을 저장하는 기능을 가진 대장에 동물성지방 성분이 머무르게 되면 일단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대장암 발생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전체 대장암 발생 환자의 5~15%는 유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육류 섭취를 자제하고 아무리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고 해도 가족중 누군가 대장암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면 역시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최소 5분의 1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식습관에 신경을 쓰는 것 외에도 정기 검진이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

대장암은 발병률은 높은 편이지만 다른 암에 비해 증상이 더 늦게 나타난다. 이는 대장이 다른 장기에 비해 탄력성과 확장성이 좋기 때문. 따라서 여느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진단 또는 초기증상을 일찌감치 알아채는 게 중요하겠다.

특별한 원인 없이 대변을 보는 횟수가 평소보다 많아지거나 변비가 생기는 경우, 대변이 묽어지면서 침같은 점액질이 섞여 나오거나 심지어 피가 나오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한다. 또 아랫배에 가스가 찬 것처럼 답답하고 아프거나 체중이 갑작스럽게 줄어들 때도 대장암 우려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종호 동강병원 외과전문의는 "대장암 사망률을 낮추는 데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 초기 암세포 덩어리를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대장암 진단을 받고도 인공항문을 사용해야하는 게 무서워 수술을 미루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은데 가급적 의사와 빨리 상담하고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겠다"고 조언했다.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가급적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먹고 동물성지방이 많은 식품 섭취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 비타민 A·C·E가 듬뿍든 신선한 녹황색채소 또는 현미를 먹도록 하고 육류는 물론이고 인스턴트식품, 조미료, 소금, 훈제식품, 가공식품, 고칼로리 고지방식은 가급적 피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

도움말 이종호 동강병원 외과 전문의

유귀화기자 duri121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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