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의 등장은 현장을 순식간에 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순도 100%의 예쁜 미소와 맑은 얼굴은 마주하는 이들을 즉시 무장해제시킨다. '어린 신부'와 '댄서의 순정'에서 보아온, 우리가 사랑하는 문근영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다. 깜찍 발랄하며, 착하고 순진한 '국민 여동생'.

그러나 올 가을 문근영은 자기 안에 감춰진 다른 모습을 꺼내보이려 한다. 김주혁과 공연한 멜로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감독 이철하)에서 그는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 삶과 사람에 대해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시각장애인을 연기했다.

더이상 달콤한 사랑을 꿈꾸는 철부지 여고생이 아니라 "사랑 따윈 필요 없다"며 울부짖는 여인이 된 것. 이쯤 되면 관객 사이에서는 가히 '문화 충격'이라 할 만한 쇼크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

9일 오후 신사동에서 진행된 '사랑 따윈 필요 없어'의 제작보고회에서 문근영은 "이 영화로 인해 너무나 행복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오랜만에 관객에게 인사를 드리게 됐어요. 너무나 행복하게 사랑했던 캐릭터로 인사하게 돼 기쁘네요. 일부러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 연기한 것은 아니에요. 그럴 생각도 없고요. 다만 관객에겐 제가 지금까지와 다른 역을 맡은 것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그 역시 제게 숨겨져 있고, 제가 갖고 있었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2년 일본 TBS 10부작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을 원작으로 한 '사랑 따윈 필요 없어'는 엄청난 빚을 떠안은 호스트 줄리앙(김주혁 분)이 고아가 되면서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민(문근영)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접근하면서 시작된다. 줄리앙은 앞을 보지 못하는 민 앞에서 민의 16년 전 잃어버린 오빠 행세를 한다.

"촬영 전 시각장애인들을 몇 번 만났는데 그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지 앞을 못 볼 뿐이지 우리보다 더 행복할 수 있고, 더 훌륭히 해낼 수 있고 또 더 예뻐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번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바로 그런 것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사랑 따윈 필요 없어'가 문근영에게 더욱 남다른 이유는 성인이 된 후 첫 연기이기 때문.

"개봉 후의 평가가 물론 걱정되긴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으려 해요. 연기를 이번 영화로 끝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대신 앞으로 더 잘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이 영화 이후 평가가 두렵지 않은 이유입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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