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태풍 루사로 인한 재산피해가 4일 현재 사상 최대 규모인 2조1천여억원으로 집계됐다.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지역의 피해상황이 보고되고 하천과 농경지의 침수상태가 정확히 파악되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재산피해 규모 만큼이나 수재민들의 고통도 엄청나다. 정부의 공식 집계만으로도 2백명이 훨씬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도 그렇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지역의 주민들의 모습은 비참하기만 하다. 도로와 철도가 산사태로 매몰되고 급류에 유실되면서 5일째 고립상태에 빠진 주민들은 헬기로 공수되는 식수와 라면 등으로 근근이 끼니를 이어가면서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딱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구호및 복구작업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끊어진 도로조차 연결이 안된 상태에서 상수도와 전기의 복구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한다. 각계에서 보내준 구호품을 전달해 주는 일 조차도 체계적이지 못하며 신속하지도 못해 이재민들의 원성을 사고있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구호와 복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할 법률도 옛날 그대로여서 현실에 맞지도 않다.

 예측을 불허 할 만큼의 많은 비로 인한 천재지변이라 하더라도 재난이후의 복구와 이재민들에 대한 구호작업의 손놀림은 재빨라야 하는데도 모든것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짜증스러울 정도다. 이러니 정부를 향한 이재민들의 원망과 분노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유사시 대비상태가 이런 정도라면 정부의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부딪치는것 또한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기상재해와 이변은 세계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대한 대비체제와 사후 조치는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우리보다 앞서 홍수와 태풍을 만난 독일 등 유럽지역 국가들과 일본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수 있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임에 틀림없다. 땜질식 처방은 이제 어느 분야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보통수준의 방재와 복구시스템으로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 이번 태풍을 계기로 방재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