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7일은 예순 일곱 번째를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우리는 3·1절, 광복절 등 국경일을 비롯한 각종 기념행사와 의식을 거행할 때 국민의례를 한다.

국민의례의 순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순국선열이 어떤 분들인지, 왜 묵념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순국선열은 말 그대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분들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추앙하는 순국선열은 주로 국권을 침탈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하여 투쟁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나라를 잃고 비분과 수치심에 자결하여 순절한 분들, 의병이나 독립군 등으로 활동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분들, 국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다가 일제에게 피살되거나 체포되어 옥사한 분들을 말하는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1939년 11월21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회 회의에서 기념일로 정하여 광복이 되어 환국할 때까지 매년 임시정부에서 기념행사를 거행하여 왔으며, 기념일 제정과 관련된 회의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을 기념할 필요에 대하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순국한 이들을 각각 일일이 기념하자면 자못 번거(煩擧)한 일일뿐더러 무명선열(無名先烈)을 유루(遺漏)없이 다 알 수 없으므로, 1년 중에 1일을 정하여 공공으로 기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認)한 바이요. 이제 11월17일을 기념일로 정한 이유에 대하여는 근대에 있어서 순국한 이들로 말하면 우리의 국망(國亡)을 전후하여 그 수가 많고 또 그들은 망하게 된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혹은 다시 회복하기 위하여 비분 또는 용감히 싸우다가 순국하였으므로 국가가 망하던 때의 일 일을 기념일(紀念日)로 정하였으니 우리나라가 망한 것으로 말하면 경술년(庚戌年) 8월29일의 합방발표는 그 형해(形骸)만 남았던 국가의 종국을 고하였을 뿐이요, 그 실(實)은 을사년(乙巳年) 보호(保護)5조약(條約)으로 말미암아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 것이므로 그 실질적 망국조약이 늑결(勒結)되던 11월17일을 순국선열기념일(殉國先烈紀念日)로 정한 것임.'

'순국선열의 날'기념식은 6·25전쟁으로 1954년까지 잠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광복 후에도 매년 지속적으로 행사가 거행되어 왔다.

민간단체 주관의 기념식에도 김구 선생, 이승만 대통령, 윤보선 대통령,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등 국가 지도자가 참석했다.

그 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어 행사를 거행해 오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제외되었고, 이에 광복회, 순국선열유족회 등의 단체에서 법정기념일로 복원하여 줄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여 1997년 5월9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다시 법정기념일로 하고 그해부터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기념식을 거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에 침탈당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아니하고 헌신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독립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그분들의 위훈을 기리는 날이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은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의 바탕 위에 이룩된 것임을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선열들의 국권 회복을 위한 순국정신을 국민의 나라사랑정신으로 계승하고자 하는데 '순국선열의 날'을 기리는 참 뜻이 있다.

김선기 울산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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