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프레드릭스타드

조선업 쇠퇴 후 도시 혁신정책 도입
고부가 가치 산업 유치 발벗고 나서
크로크네 다리 개통 발스테계획 지원
산학연 협력 강화 선진지 유학 등 권장

스웨덴의 혁신도시 취재를 마치고 인근 노르웨이로 향했다. 노르웨이는 인구가 450만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3대 유전인 북해산 브랜트유를 생산하는 최대 석유수출국이자 1인당 국민소득 6만달러가 넘는 세계 최고의 부국이며 해양업이 발달해 세계 2대 해양·조선대국으로 발전한 나라이기도 하다.

수도 오슬로에는 해양·조선대국답게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인 한국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현지사무실이 줄지어 입주, 선박발주 및 수주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국내 조선업계와 두터운 교분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과 닮은 프레드릭스타드

프레드릭스타드(Fredrikstad)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인구 10만명 안팎의 항구도시로, 도심에는 강이 가로지르고 바다와 인접해 있다.

이 도시는 자국내 인구비율(전체인구의 2.5%),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 및 바다와 인접해 있는 지정학적 위치 등 여러면에서 대한민국 울산과 매우 닮았다.

특히 지금은 한국(울산)의 현대중공업에게 세계최고의 조선소 자리를 넘겨줬지만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세계 최고의 조선소 'FMV'가 위치해 있었을 정도로 조선업이 번성한 도시여서 오늘날의 울산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새로운 도시발전 기치 들다

이 도시가 노르웨이의 혁신도시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계기는 주정부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Our approach is Innovation'(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혁신) 이라는 혁신운동 때문이다.

프레드릭스타드는 고임금으로 조선산업이 쇠퇴일로를 걷자 2000년대 들어 새로운 도시발전을 위해 과감한 혁신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전자·전기·광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조선산업을 대신할 특수선박 건조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고 이들 업종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한편에서는 지역업체의 이탈을 막기 위한 우대정책도 펼쳤다.

본사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한 에릭 시몬슨(ERIC SIMONSEN) 시 정부 산업진흥국장은 "우리에겐 새로운 도시발전 모티브 즉 Innovation(혁신)이 필요했다"며 "주정부와 다양한 Innovation 정책을 통해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개발계획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몬슨 국장은 "도시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도심과 옛 조선소를 연결하는 신교량 건설이었는데 지자체와 지역업체가 파트너쉽을 통해 2003년 신교량을 완성한 이후 도시혁신사업을 본격 추진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개폐식 다리 '크로크네'

그가 말한 다리는 '크로크네' 다리였다. 길이 80m에 폭 8m에 불과한, 어찌보면 평범한 다리처럼 보이는 이 다리는 그러나 프레드릭스타드 시정부 입장에선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있는 사회간접자본시설 즉 'SOC' 사업이었다.

다리는 최신 공법과 함께 배가 지나갈 때 개폐가 가볍고 쉽도록 일반 콘크리트가 아닌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져 하루에도 3~4번씩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그는 다리건설에 필요한 사업비(80억원)의 35%를 지자체에서 무상지원했다고 말했다. 교량공법과 관련, 특허기술을 가진 지역업체를 육성·보호하기 위해서 였다. 시공업체는 신교량을 성공적으로 마친후 발주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리건설의 목적은 일차적으로는 도심과 옛 조선소 부지(섬)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옛 조선소 부지에서 추진중인 야심찬 도시발전 프로젝트 '발스테(Valste) 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있었다.

◇시 외곽은 고부가 산업기지화

프레드릭스타드는 발스테 개발계획과 함께 성장가능한 업체에는 과감한 육성책을 발굴했고 전자·광학·가공 업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정부의 다양한 지원책도 이끌어냈다.

과거에는 세계 최고의 조선소 'FMV'에 모든 것을 의존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산업부흥에 심혈을 기울였다. 시 외곽에 새로운 공장유치와 건설에 주력한 결과 전자산업을 비롯해 각종 가공공장, 화학단지가 줄지어 들어서는 등 도시면모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산학연 협력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산업정책이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생들의 선진지 유학과 창의적 교육을 유도하고 기업과의 실무교류를 권장한다.

에릭 시몬슨 국장은 "기업활동의 최적 여건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기업인들에게 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먼저 묻는다"며 "그들은 도시발전의 동력이자 지역주민과 함께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갈 공동운명체"라고 말했다.

글 = 추성태기자 choo@ksilbo.co.kr
사진 =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