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줄 알게 하소서.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落果)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머무름보다

 더 빛나는 것이

 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

 철새들이 남겨둔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한국인의 애송시2, 청하, 1985)

 가을에! 신작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해바라기는 지난 여름의 뜨거웠던 사랑을 그리움으로 바꾸고, 조금은 차가운 듯한 선선한 바람이 마을 어귀의 대추나무를 흔들고는 허수아비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황금들판으로 향한다. 초가집 굴뚝에서는 솜사탕 같은 연기가 피어올라 우물 옆 감나무의 익어 가는 감을 감싸안으며 하늘에 잠겨든다. 가을은 낙엽이 뚝뚝 지는 "잃음"의 계절이다. 가을은 또 사랑하는 것들이 곁을 떠나는 "떠남"의 계절이다. "잃음"의 안타까움과 "떠남"의 아쉬움은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풍성함과 너그러움으로만 이겨낼 수 있다. 조한용 우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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