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기도 전에 정치인들의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된 경박한 언행과 부족한 현실대처 능력, 비뚤어진 이념정치 속에서 우리 교육도 방향을 잃고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떠내려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의 '교육개혁'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교육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차원의 교육개혁이 아닌 국가와 민족차원의 진짜 교육개혁을 하지 않으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교육계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사고의 근본적 전환이 절실하다.

첫째, 정부는 교육기관에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자율은 사기(士氣)의 원천이다. 교육자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전문 기술자인 도공(陶工)에게 이런 흙을 써라, 불은 이렇게 때라 하면서 일일이 지시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도 "그러면 네가 해라"하고 손을 놓을 것이다. 자율의 신장은 교육계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과제이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서는 특히 긴요하다. 교장, 교감을 포함한 교원의 사기 저하는 학생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그것은 학부모와 사회 전체의 사기 저하와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율이 없는 상태에서는 도덕도 책임도 물을 수 없다. 자율과 윤리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교육적 자율이 있은 다음에 교원의 윤리를 논할 수 있다. 정부가 교원의 자율을 신장하는 만큼, 그래서 교원들이 그 자율을 악용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교원의 전문성과 윤리가 바로 설 것이다. 그동안의 중앙집권적 타율의 역사에서 참다운 자율의 신장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지금은 우리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가장 필수적인 개혁과제이다.

둘째는 교육자들이 스스로 해내야할 것이 있다. 철밥통에 안주하는 전근대적 의식을 버리고 전문직업인으로서, 교육장인으로서의 의식을 되찾아야한다. 전문직업인은 일 자체가 먼저고 일의 뜻이 먼저인 사람이다. 전문직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남 다른 애착과 사명감이 있고 남다른 식견과 기량이 있으며 남다른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있어야한다. 자기 일에,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끼고, 남이 따라할 수 없는 비결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교원들이 이런 전문직으로 인정받아야 우리 교육이 살아난다. 행정당국은 이를 위한 교원양성체제와 지원체제 및 근무조건을 개선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셋째는 학부모들이 스스로 의식을 전환하는 일이다. 학교교육을 내 아들 딸의 출세를 위한 사물(私物)로 여기지 말고, '우리' 아들 딸을 위한 공물(公物)로 생각하는 마음을 갖자. 학교교육은 개인의 성공을 확보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모두의 성공을 기약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개인 속에는 반드시 '우리'의식이 길러져 있어야한다. 지금의 우리교육에서는 개인의 출세지향성이 지나치게 강하다. 출세욕은 어느 정도까지는 인지상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국의 학부모들은 너무 지나치다.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자기 자식의 사람 됨됨이와 동시에 이 나라의 '나라 됨됨이'에도 심각한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이것이 이 나라 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고, 진짜 교육개혁이라 믿는다.

김영길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서울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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