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에서의 선 굵은 연기, '생활의 발견' '극장전'에서 보여준 홍상수 감독 스타일의 일상적 표현. 그 동안 김상경은 이런 연기 선을 오간 배우로 떠올려진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내 남자의 로맨스'도 출연했지만.

그런 김상경이 조금은 생경한 캐릭터로 관객과 만난다. 14일 개봉할 미스터리 스릴러 '조용한 세상'(감독 조의석)이 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여기서 그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남자 류정호를 맡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오히려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는 남자다. 여기에는 첫사랑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죄책감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사진작가로 이름을 얻은 그가 한국에 잠깐 다니러 왔다가 소녀 유괴사건에 휘말린다. 소녀 유괴살해범의 다음 타깃인 수연(한보배)에게 모처럼 마음의 문을 열었기 때문에 김 형사(박용우)와 함께 범인을 쫓는 그의 심경은 절절하다.

"제가 안해본 캐릭터입니다. 대사도 별로 없이 감정 선을 표현해야 하는 게 색달랐죠. 상처 때문에 소외됐던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데 오로지 느낌으로 표현해야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장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굳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뭐든지 자꾸 하다 보면 난도가 높은 걸 택하게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이 시나리오를 선택했을 당시에는 어려운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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