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울진 덕구온천까지는 길을 잃을 염려가 적다.

7번 국도 외길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된다. 7번 국도는 다양한 관광지로 통하는 나들목인 동시에 동해안 절경과 맞물리면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안내하기도 한다.

230여km 3시간을 내리 달리기엔 너무 아깝다.

관광지도를 펼쳐두고 지역별 가까운 볼거리, 맛난 특산물 등을 미리 체크한 뒤 쉬엄쉬엄 여유롭게 달려본다.

운이 좋다면 사람들

에게 미처 알려지지

않은 비경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

경북 울진은 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로 이름 난 곳이다. 멀게는 드라마 '폭풍 속으로' '사랑한다 말해줘'로, 가깝게는 영화 '가을로'등에서 숨겨둔 비경을 짬짬이 보여주었다.

경북과 강원도를 가르는 경계선 근처 울진군 죽변항에는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주인공이 살았던 세트장이 있다. 바다를 등지고 교회와 하얀 지붕을 얹은 민가 한 채가 들어서 있다.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산동네에 세워져 세트인지 진짜 건물인지 분간이 잘 안간다. 출입문은 꼭꼭 잠겨있다. '사진 잘 나오는 곳'이라 적힌 포인트에 서서 세트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드라마 속 배우가 될 수 있다.

#울진 성류굴

울진군에서 7번국도로 남향하다가 수산교를 건너 우회전, 왕피천을 끼고 2km정도 군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성류굴이 나온다.

지난 60년대 중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수십년동안 중·고등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각광받던 곳이다.

'지하금강'으로 불리며 오랜 기간 관광객들에게 개방되다 보니 석회암 동굴이 빚어내던 기암들이 많이 훼손되기도 했다.

기억을 좇아 25년만에 다시 성류굴을 찾았다. 출입구로 이어지는 계단과 매표소 앞 편백나무는 추억 속 그대로인데 줄지어 입장하던 진풍경은 사라지고 없다.

머리 위로 물이 떨어지고 습하던 실내는 예전에 비해 많이 건조해 진듯 하다. 바닥에 질펀하던 물기도 사라졌다.

건조기인 겨울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의 잦은 왕래도 굴이 황폐해진데 한 몫 거든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안좋다.

요철이 심하던 종유석과 석주들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이날 지경이다.

끝이 뾰족한 석순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박쥐도 사라졌다. 입장료 2500원.

#울진군 원남면 동해안

성류굴에서 7번도로로 다시 나와 망양정 방향으로 직진하면 울진군 원남면 일대 해안도로로 진입하게 된다. 파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바위 군락마다 낚시꾼들이 올라서 있다. 간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모래사장이 이어지기도 한다.

20분 정도 이어지는 이 도로는 겨울 바닷가와 어촌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하얀색과 빨간색 등대가 한 세트로 세워진 포구가 정겹다. 요즘은 오징어 말리기가 한창이다. 하얀 오징어가 빨래줄 가득 매달려 있다.

#영덕풍력발전단지

영덕군을 지나치다보면 도로 오른쪽 산위로 하얀색의 대형 바람개비들이 보인다.

해맞이 공원으로 유명한 영덕 삼사해상공원과 10년 전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촬영지로 유명한 강구항을 차례로 지나치면 '풍력발전단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화살표를 따라 우회전, 7번 국도에서 벗어나 한참 달리면 풍력발전단지에 도착할 수 있다. 가까운 듯 느껴지지만 막상 차를 달려 도착하기까지 10여분은 족히 걸리므로 조바심은 금물이다.

2~3개 능선이 이어진 민둥산 정상에는 24기의 풍력발전기가 거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별다른 휴식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때마침 보름을 하루 앞둔 저녁 나절 이곳을 찾았다. 달빛과 발전기가 연출하는 야경이 그림같다. 영덕 사람들이 '해맞이'보다 '달맞이'명소로 꼽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글·사진=홍영진 객원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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