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명운 좌우…SK·GS칼텍스등 고액 들여 RFCC 건설

SK가 올들어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설비공사를 추진하는 중질유분해시설(RFCC)은 국내 1위 정유회사인 SK의 명운이 걸린 올해 주력사업이자 정유업계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고도화설비중 하나다.

고도화설비란 원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값싼 중질유(벙커C유)를 분해시설을 통해 값비싼 경질유인 휘발유나 등·경유 등으로 재생산하는 설비. 석유 한방울 나지않는 나라에서 수입석유를 가지고 새로운 석유류를 만드는 '지상유전'인 셈이다.

고도화설비의 위력은 2006년 정유회사의 실적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SK,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 가운데 매출 3위에 불과한 S-OiL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매출 1위인 지난해 4분기 석유사업에서 3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S-OiL은 지난 1991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합작으로 2차례에 걸쳐 모두 18억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해 일찌감치 고도화설비를 갖췄다. S-OiL은 이 시설로 하루 29만배럴을 처리할수 있는 고도화설비를 갖춰 SK(10만배럴)와 GS칼텍스(9만배럴)를 배이상 능가하고 있다.

SK가 원유정제량의 약 40%를 값싼 벙커C유를 양산해 내는 반면 S-OiL은 중질분해시설을 통해 정제된 석유 거의 전량을 값비싼 경질유로 재생산 해낸 결과다. 바로 고도화 설비투자가 기업의 명암을 가른 것이다.

SK와 GS칼텍스이 뒤늦게나마 천문학적인 설비투자에 가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는 지난해 4월 1조6000억원의 사업비로 울산에 중질유분해시설 증설에 착수했고,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에 1조6000억원을 쏟아 붇고 있다. S-OiL도 기존 고도화설비에 만족하지 않고 충남 대산에 3조6000억원을 투입, 제2중질유분해시설을 짓고 있다.

2007년 1월 현재 국내 정유사의 고도화설비 비율은 S-OiL이 32.4%로 가장 많고, GS칼텍스 23.7%, 현대오일뱅크 21.4%, SK 17.4%, 인전정유 12.4% 등이다.

SK는 국내 1위 정유회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고도화비율(17.4%)은 업계평균(22.2%)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는 지난해 4월 시작된 중질유분해시설 건설공사를 차질없이 진행해 오는 2008년 8월로 예정된 완공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이 시설이 완공될 경우 SK는 내수부진과 유가하락 등 대내외적 영업환경 악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석유사업에서의 적자보전은 물론 고부가 경질유의 대량생산으로 기업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SK관계자는 "중질유분해시설은 정유회사들이 회사명운과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핵심사업"이라고 말했다.

추성태기자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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