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찾아 온 봄날씨와 관련, 병해충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별다른 추위없이 지속돼 온 따뜻한 겨울날씨 탓에 일찌감치 영농준비에 들어간 농민들의 이같은 걱정은 논·밭두렁 태우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촌진흥청과 울산시 농업기술센터는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효과는 없고 오히려 유익한 천적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논·밭두렁 태우기를 금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봄철 산불발생에 대한 걱정이 깔려 있다. 논·밭두렁 태우기가 전국적으로 산불발생 주원인의 2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농산폐기물 태우기도 포함되는데 예년의 경우 3~4월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봄철 산불 발생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 등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발생이 연평균 508건에 달하고 피해면적만도 443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건조한 봄철에 산불발생 건수의 88%, 면적 99%를 차지하고 있다.

산불발생에 있어 미국의 경우 번개, 마찰 등 자연적 원인이 12%, 인위적 원인이 88%로 자연적인 원인도 상당부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적 원인에 의한 산불은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사소한 부주의에 의한 인재의 대가로는 그 피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과학적 근거를 떠나 오랜 세월 의례적으로 행해지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일시에 몰릴 수 있는 지금이 어느때보다 산불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촉각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에서 논·밭두렁 태우기와 병해충 발생관계를 재검토한 결과 논과 밭둑에서 겨울을 나는 작은 벌레들은 거미나 응애 등 60여종으로 이 가운데 이로운 벌레가 약 89%이고 병해충은 11%에 불과, 논밭두렁 태우기가 오히려 천적을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논밭두렁 태우기가 흙의 떼알 구조 형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논·밭두렁 태우기를 한 논과 밭의 경우 장마철에 둑이 무너질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다. 더 이상 논·밭두렁 태우기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언제라도 사소한 부주의가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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