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울산은 지리적 정서적으로 매우 가까운 도시다. 울산사람 중 많은 사람이 부산출신이고 부산사람들의 울산이동도 잦다. 그러나 두 이웃도시의 경기는 사뭇 다르다. 부산은 경기위축과 인구감소로 제2도시로서의 위상을 잃어가는 반면 울산은 경기가 꺾이지 않고 광역시 승격과 함께 성장동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물경기 면에서 부산과 울산의 가장 차이는 부동산경기다. 지난해 울산의 부동산경기는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었다. 집값이 연간 14%이상 급등했고 신규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000만원을 치솟았다. 시내 중심지의 기존아파트도 평당 700만~800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부산은 1년동안 집값상승률이 1%에도 못미쳤다. 부산에서 가장 살기좋다는 해운대 신시가지의 집값은 몇년째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해에는 평당 40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신규아파트도 600만원대에서 700만원대에 머물렀다.

집값만 놓고보면 울산사람이 부산 해운대로 이사가는 현상이 전혀 이상할 이유가 없다. 울산 집을 팔고 해운대로 이사가면 1억원이상의 목돈이 생기는데다 정주여건도 낫기때문에 출퇴근이 다소 고생스럽더라도 감수할 만하다.

부동산은 시민생활에 가장 밀접한 실물경제 중 하나다. 부동산경기가 호황인 지역은 시중에 돈이 돌고 돈다. 내가 사는 집값이 올라가면 설령 다른 집값도 올라 가치가 반감돼도 기분은 좋은 일이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든든함도 있다.

반대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지역은 집값이 싸고 빈집이 수두룩해도 집이 팔리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도 힘들다. 부산과 울산의 경기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도 지역총생산이나 수출 등 거시경제가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경제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호황이었던 울산의 부동산경기가 올해는 예년같지 않다. 1·11대책이후 예정된 분양물량이 기약없이 연기되는가 하면 아파트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도 적지않다. 3~4월중 분양을 계획했던 업체들조차 아직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는 바람에 봄 이사철이 다가왔는데도 공급물량이 전혀 없다.

여기에 7월부터 아파트 집단대출도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묶이고 9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가 시행되면 공급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때이른 생각일수도 있지만 울산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무엇보다 왕성했던 매수세가 완전 실종됐다는 것이 큰 문제다. 많이 오른 만큼 내려갈 여지도 많다.

부동산경기도 과열이든 침체든 극단적인 상황은 좋을 것이 없지만 침체보다는 과열이 낫다. 과열은 탈울산 등 일부 부작용만 해소하면 되지만 침체는 전반적인 지역경제 위축은 물론 희망이 없는 도시로 전락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과열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억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고, 침체는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울산은 타지역에 비해 주택수요가 많기 때문에 공급부족에 따른 후유증이 상대적으로 심할수가 있다.

시장논리상 과열과 침체를 동시에 잡을수 있는 부동산정책은 공급확대다. 강도높은 부동산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도 임대아파트 등 공급확대를 통해 집값안정을 계획하고 있고, 울산시도 공급을 최대한 늘려 치솟는 분양가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집값 급등을 막고 부동산가격을 안정화시킬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울산시는 올해 평당 1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총 1만5000~2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급속도로 냉각돼 있는 지금의 시장상황에선 절반이나 공급될지 의문이다. 부동산 침체를 예방하고 공급확대를 위한 행정당국의 혜안이 어느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추성태 경제·문화부 경제팀장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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