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용한 시골 탄광마을. 어느 날 이 마을에 산업폐기물을 가득 실은 트럭이 도로에 뛰어 든 토끼를 피하려다 전복되고 만다. 급기야 트럭에서는 유독 물질이 유출되고 강이 오염된다. 강가의 귀뚜라미를 먹이로 삼던 인근의 한 거미농장 주인이 오염된 먹이를 거미에게 주게되고 거미들은 며칠 사이에 2~3배씩 커진다. 비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한 거미떼는 급기야 주인을 공격하고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지난달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프릭스"(원제 Eight Legged Freaks)의 한 장면이다. 8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이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산업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이 변종 식인 거미를 탄생시켜 인간을 위협한다는 환경문제의 단면을 다루고 있어 이와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는 울산 시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남다르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올들어 집중호우와 태풍, 지긋지긋한 장마, 녹조 등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같은 기상이변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엘니뇨"현상과 산불, 공장매연 등으로 발생되는 "갈색구름층(연무)" 때문이라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영화의 재미보다는 "오염"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미국의 한 환경연구소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3배나 많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데이터를 인용한 이 보고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심장병 등으로 세계에서 연간 30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석탄연료를 쓰는 화력발전소와 휘발유를 쓰는 자동차 등에서 주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와 오존, 이산화황, 산화질소, 분진 등 대기오염 물질들이 동맥을 수축시켜 호흡기질환과 심장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각국 정부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단순히 차를 운전하는 일이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경고하고 있다.

 물론 많은 나라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차 없는 날"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 날은 도시와 마을에 자동차 통행이 통제돼 시민들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나 전철, 자전거 등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걷는다고 한다. 걸어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까지 대기오염으로 숨막힐 듯한 거리를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한다. 결국 지금의 기상재해는 인간이 초래한 재앙이라는 인식 하에 도심지의 대기를 회복해 생명을 되찾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환경오염도시로 낙인이 찍혀 있는 울산에서도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이 꾸준히 환경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월드컵을 전후해서는 울산의 환경이 유례없이 개선된 모습도 보였다. 환경오염 유발자로 불리던 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환경개선에 200여억원을 투자하는 등 울산이미지 개선에 앞장섰다. 이로 인해 지난해 23건에 이르던 악취민원도 올 상반기 현재 3건에 불과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환경오염 단속기관이 지역 기업체의 자율적인 환경친화경영을 부추기는 제도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이 전국 검찰에서 처음으로 "환경대상"을 제정해 환경친화 기업체를 뽑아 시상하기로 했다. 단속과 처벌위주의 "채찍"에서 탈피해 "당근"도 물리면서 스스로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엄격한 처벌만으로는 환경개선의 궁국적인 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내포돼 있다. 또한 불미스런 일로 실추된 검찰의 이미지 개선에도 한 몫 할 수 있는 이중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도 있다. 그러나 "환경대상"의 근본적인 취지가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담보하는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는 데 있기에 환경개선에 대한 경쟁적인 분위기를 유발함으로써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일은 환영할 만하다. 그렇다고 검찰 본연의 업무인 단속과 처벌에 조그만 방심이 있어서도 물론 안되겠다.

 이번 울산검찰청의 "환경대상"이 규제와 자율의 시너지 효과로 작용해 "환경친화도시" 울산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결실을 맺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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