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대북 비밀지원설"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충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사안의 핵심을 돈을주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국기문란행위로 규정, 대통령 사과와 국정조사 등을요구하면서 정권퇴진운동까지도 거론중이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색깔론식 정치공세라는 반격에 나서고 있다.

 "대북 비밀지원설"이 내포한 문제점이나 본질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물론 의혹의 실체부분, 즉 실제 북한에 대한 불법적인 비밀 자금제공이 있었는지,그것이 정상회담 등 이후 남북관계 전개 과정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와함께 북한에 비밀자금이 넘어갔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됐고, 그것이 우리 국익을 어느정도 손상시켰느냐 하는 점도 이른바 군비전용 의혹과 관련해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다. 실제 우리가 북측에 쌀과 비료 등 공식지원 외에 비공식적으로도 지원을 제공했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현단계로선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작업이 쉬울 것 같지 않다. 청와대와 현대 등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도 결정적 물증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비밀지원설이 가진 또하나의 본질은 정치적 부분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그야말로 생사를 걸고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꼽고있는 대북정책과 그것을 추진 해온 측근을 향해 정면공격을 가하고 나선데 따른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이번 폭로가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병풍(兵風) 공세를 차단하는 동시에 현대측과 이미지 분리가 사실상 어려운 정몽준 의원을 동시에 사정권 안에 끌어들인 양면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측면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렇게 보면 어느 한쪽으로만 접근해서는 대북 비밀지원설은 전체 모습을 조망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의혹의 실체적 진실부분 뿐아니라 의혹이 제기된 배경 또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피곤한 국민 앞에 새로운 정쟁의 소재만 더 등장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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