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근거자료도 없이, 이름도 성도 모르는채 '불량하다'든지 '무능하다'라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판단한다는 건 말이 안될 뿐 아니라 인권유린이고 폭행이다.

억지로 그 우열을 가리려 어설프고 불분명한 잣대를 들이대다 보면 성실한 공무원이 무능공무원이 되고, 게으른 공무원이 유능공무원으로 뒤바뀔 개연성도 전혀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등공무원이 열등공무원, 열등공무원이 우등공무원으로 평가될 가능성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에 몇년전부터 시행된 공무원 성과급제도,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 그나마도 작년까지는 급여 외의 별도예산으로 성과급이 지급되었기에, 금·은메달은 아니더라도 못 따도 동메달인데 '그까짓 돈 몇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분위기도 조금은 있었다. 사실상 그 금액이나 폭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미리 총급여에서 일정금액을 떼놓았다가 급수별(S, A, B)로 3:2:1(180%, 120%, 60%)의 비율로 성과급을 지급받게 된다. 다시 쉽게 말하면 자기 급여에서 200만원씩 갹출해 두었다가 S등급은 300만원 B등급은 100만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B등급의 입장에서는 성과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능과 불성실에 대한 벌금으로 생돈 100만원을 내는 셈이다.

이렇듯 금전적 손해도 막대하지만, B등급은 동메달이란 상의 개념이 아닌 무능이나 열등공무원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하겠다. 물론 평가의 기준잣대가 공정하고 투명하다면 하등의 불만이 있을 수 없겠으나 지금의 잣대로는 도저히 안된다. 근무실적 70% 다면평가 30%로 정당하게 평가했다지만, 현장에서 근무행태를 확인한 바도 없는 등 근무실적 그 자체가 안개속이고, 무작위로 추출한 다면평가단 역시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채 눈감고 평가했다지 않는가.

객관성은 커녕 이런 불공정한 평가를 고분고분 수긍하고 인정하는 것만이 모범이자 공무원의 바람직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만약에 가해자를 피해자로 뒤바꿔 재판했다면 이는 중대한 죄를 범한 것, 바로 범죄행위다. 그 뒤바뀐 것을 알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무던하고 원만한 것이 아니라 그저 공범에 다름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할 혁신적 사고가 필요할 때다.

장두철 울산강남교육청 직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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